▲ 허옥석 태안군선관위 사무과장 |
사고발생 77일 만에 그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하니 일본 ‘미쿠니 기적`의 경우 석 달 동안 3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다녀갔음을 상기하면 우리 국민의 저력은 단연 돋보인다. 생업을 뒤로 한 채 삭풍 속에서 땀방울을 흘린 이들 덕분에 태안은 이제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기름때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게와 고동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보금자리를 잃었던 갈매기, 왜가리, 백로 등이 다시 날아들고 있다. 우리는 이를 ‘태안반도의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듯 싶다.
오는 4월 9일 실시하는 제18대 국회의원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희망의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 속에 지난해 12월 11일 예비후보등록을 시작으로 펼쳐왔던 대장정의 공연도 며칠 있으면 후보들은 그 무대에서 내려오고 이 나라 주인인 유권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 동안 우리 선거는 정책대결보다는 금품살포, 비방·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 등 불법·타락으로 점철된 질곡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50배 과태료, 포상금 지급 등 제도개선과 국민의 의식변화로 불법행위는 상당히 줄어들고 있으나, 지난해의 일부 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와 며칠 전 정선군에서 발생한 금품선거 관련 보도를 접하면서 구태가 되풀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정치개혁은 제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선거법을 엄격히 적용하더라도 유권자가 깨어 있지 못하면 타락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의식수준이 그 나라의 정치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권자가 주인의식을 가지지 못하면 그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유권자가 져야 한다
정당과 후보자 또한 법이 지켜지는 가운데 정견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하며 마지막까지 선의의 경쟁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4월 9일 선거일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자.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어찌 정치와 나라가 잘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지금이야 말로 우리나라 정치선진화의 초석을 다질 절호의 기회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여 4월 9일을 이 나라에 새로운 꿈과 희망이 시작되는 날로 만들자.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자유다. 그러나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따라서 기성세대든 신세대든 우리 모두 선거일만은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하자. 이번 투표는 어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만을 위해 표를 던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꿈과 희망에 표를 던지는 것임을 명심하자.
‘인간의 과실`로 인한 태안 앞바다의 검은 기름 덩어리를 씻어내고 그 피해 주민들의 가슴속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이 한 번 잘못 뽑은 정치인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 또한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번 선거에서 모두가 힘을 모아 태안 앞바다의 검은 타르를 씻어 내는 마음으로 그동안 횡행했던 불법선거문화의 잔재를 말끔이 지워버리고 깨끗한 선거문화의 기적을 만들자. 우리가 누구인가. 절망의 바다를 희망의 바다로 바꾼 국민들이 아니던가. 오는 4월 9일, ‘태안반도의 기적‘이 다시 한번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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