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동규 유성구청장 |
요즘 어느 가정이나 사용하지 않은 물약이나 알약 한두 봉투씩은 흔히 있는데 이러한 폐의약품들을 대부분 쓰레기통이나 변기·하수구에 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함부로 버려진 의약품들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약품의 성분이 완전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자연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의 환경 중 의약물질 노출실태조사 보고내용에 의하면 4대강 유역의 하천수에 국내에서 다량 생산, 소비되는 의약물질 13종의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이중에서도 소염제나 항생제, 항균제로 쓰이는 3종의 성분은 FDA(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기준치를 3배나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금년 3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4대강유역의 2차 조사결과에서도 수중에 항생·항균제와 진통소염제성분 등이 다른 의약품성분에 비해 높게 검출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특히 항생제성분의 경우에는 내성균의 증가를 일으켜 자칫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치료가 힘들어져 궁극적으로는 고귀한 생명의 희생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호르몬제의 경우는 수중생물의 성과 유전자를 교란시킴으로써 심각한 생태계 질서의 파괴가 우려된다고 환경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폐의약품으로 인한 수질오염을 예방하고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시급한 것은 관련법의 제정을 들 수 있다. 가정 내 폐의약품의 처리와 관련한 법규가 없다 보니 당연히 변기·하수구나 쓰레기통에 일반쓰레기처럼 버려지게 된다. 하루빨리 관계당국에서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폐의약품 수거시스템의 구축이다.
우선 약국, 보건소, 아파트단지별로 수거함을 마련하고 전문업체로 하여금 정기적인 수거를 통해 처리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약국으로 가져온 불용의 의약품에 대해서는 다시 복용여부를 안내해줌으로써 약물의 오남용을 막고 국민보건증진과 폐의약품의 감량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모범적으로 참여한 약국이나 약사회, 단체 등에는 관계당국에서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또한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제약회사가 폐의약품을 무료로 수거해가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생산한 자사의 의약품이 국민건강의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생산부터 수거 및 폐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것 또한 제약사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식전환인데 지하철이나 소식지, 또는 언론매체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부녀회나 환경단체 등의 적극적인 참여와 캠페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에서는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도와 교육을 실시하고 조례제정 등 세부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초 환경부의 발표에 의하면 4월부터 서울지역에 한해서 시범적으로 가정 내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책마련에 나섰다는 것은 크게 환영하는 일이지만 자칫 관심과 참여부족으로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루라도 빨리 중앙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전국적인 시행을 위한 완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는 지금당장 우리에게 눈에 띄는 피해는 없을지라도 서서히 그림자처럼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메랑 됨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금수강산은 노력 없이 지켜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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