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식목단상(植木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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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호]식목단상(植木斷想)

[기고]김신호 대전시교육감

  • 승인 2008-04-03 00:00
  • 신문게재 2008-04-04 7면
  • 김신호 대전시교육감김신호 대전시교육감
▲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약속이나 한 듯 벚꽃이 일제히 피기 시작하더니, 초록의 물결이 천지를 덮을 채비에 나섰다. 다시 오겠다는 말을 구태여 하지 않아도 영락없이 계절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보면, 대자연처럼 신뢰롭고 미더운 존재도 없는 것 같다.

지천으로 흔한 주변의 푸른 숲과 나무를 보면서, 땔감을 연료로 사용하던 어린 시절의 민둥산이 오히려 아련한 향수로 느껴진다. 식목 행사에 참여하는 젊은 사람들을 바라보면 우리네 어린 시절만큼이나 나무의 소중함이 절실할까 궁금하다.

세계화·개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생태계 변화의 모습이 환경 문제와 맞물리면서, 푸른 숲이나 민둥산은 이제 단순히 웰빙 차원의 아름다움이나 어린 시절 향수에 젖는 대상이 아니라, 인류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주요 테마로 떠오르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와 건조화로 인해 국토의 40% 이상이 사막화된 몽골이 그대로 두면 대부분의 국토가 사막화될 것을 우려하여 대규모 나무심기 사업에 나서고 있다. 고비사막 전체를 숲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사막이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몽골 정부는 녹색지대를 조성하는 국가적 숙원사업인 그린벨트 사업을 수립하고 이에 대해 국제기구와 한국 등 조림기술 선진국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으며, 대규모 사업에는 몽골 정부의 예산과 NGO들의 지원, 세계 각국의 예산지원이 총동원되고 있다. 몽골 정부의 그린벨트(Green Belt) 사업에는 단순한 협조 차원이 아니라 자국의 생존 차원에서 한국뿐 아니라 인근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의 명재상 관중(管仲)은 그의 저서 `관자(管子)`에서 십년지계는 막여수목이요, 종신지계는 막여수인[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이라 하여 십 년의 계획은 나무 심는 것만 같은 것이 없고,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고 했다.

인간의 교육과 성장을 이야기할 때 식물의 성장에 많이 비유한다. 식물도 심는 시기가 있듯이 사람도 적절한 시기에 받아야 할 교육이 있다. 식물마다 필요한 영양소의 종류와 양이 다르듯이 학생 개개인이 누려야 할 지식의 종류와 교육방법이 다르다. 교육이 식목행사와 다른 것은 십 년의 계획이 아니라 한 사람의 평생을 바라보는 혜안을 갖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관중의 말대로라면, 세계화 시대의 지구촌이라는 시공간을 생각할 때 이제 나무심기는 인류 생존의 수백 년을 생각하며 계획해야 하고, 사람을 키우는 것은 수 천 년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동네 어귀마다 마을을 지키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었다. 문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생활로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농촌도 많이 도시화된 세상에 구태여 도시와 시골을 구분 짓는 기준을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로 삼고 있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나무가 뿜어 내는 생명력의 강한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두 팔을 펴서 둥글게 만들어 생기는 둘레를 `아름`이라고 하며, `아름차다`라고 하면 두 팔로 안을 때 감당하기 힘에 겹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모든 것이 연약해 보이고 부족해 보여서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으면 세상을 제대로 꾸려나갈 수 없을 것같이 보이던 어린 제자가 어느 날 문득 커서 눈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 제자가 신체적인 것은 물론 정신적인 성장이 너무 커서 아름차 보인다면 그보다 교직 생활에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없다.

제자의 평생을 생각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대전교육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이슬비가 촉촉이 내리는 봄날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단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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