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원대 무역학과 학생 및 교수 150여명이 대학의 봉사 주간을 맞아 지난 1일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태배지역을 찾아 바위와 자갈에 묻은 기름때를 제거하고 있다. |
대학의 봉사 주간을 맞은 목원대 무역학과 학생과 교수들이 태안 기름 유출 피해 현장을 봉사활동 장소로 택해 방제 작업에 나선 것. 이 학교 무역학과는 아예 이날 하루를 ‘봉사의 날`로 정해 1학년에서 3학년까지 전체 학생과 교수들이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른 아침 대전을 출발해 점심을 일찍 마치고 봉사 현장에 도착하자 생기발랄하던 학생들의 얼굴에선 금새 웃음이 사라졌다. 커다란 갯바위에 사람 키만한 높이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름 자국을 보면서 막막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막함도 잠시, 이들은 바쁜 손길로 끝도 없어 보이는 기름때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바위와 자갈에 묻은 기름때는 찌들대로 찌들어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어 보였다. 한참을 방제 작업에 열중하던 권창중(30) 조교는 “상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고 이후 넉 달 가까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 정도면 당시 상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짧은 시간에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농담을 주고 받던 학생들의 얼굴에서도 장난스러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위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내던 강유림(여.20) 학생은 “현장에 와보니 진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이런 어마어마한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사 활동에는 교수들도 예외가 없었다. 이날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 교수들 역시 솔선수범해 잠시 쉴 틈도 없이 방제 작업에 열중했다.
김성엽(54) 교수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그동안 일찍 피해 현장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며 “오늘 봉사 활동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학생들에게도 좋은 현장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봉사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저 마다의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부미(여.21) 학생은 “태안이 하루빨리 옛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며 “올 여름에 친구들과 함께 깨끗해진 태안의 바닷가를 찾고 싶은 것이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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