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조 시인. 한국예총 수석부회장 |
지금 전국에서는 행복한 삶을 열어 가겠다는 신념과 다짐,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점칠만한 꿈을 파는 사람들이 여·야로 갈려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새벽부터 밤까지 국회의원 희망자들은 표를 얻으려고 유권자들을 사로잡을 방법을 내세워 악수하고, 눈 맞추고 길거리에서 로고송을 틀어놓고 북새통을 떨고 있다. 이 모두가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감동을 얻으려는 계획이다. 감동해야 표가 되고 당선의 영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음 출발은 제법 큰 감동에서 출발했다. 목포 비행장 쪽에 있는 공단, 그 앞에 박혀있는 전봇대부터 뽑혀 나가는 시원스런 조치를 보고 답답했던 가슴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이 적폐가 이제는 끝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내가 너무 알아서 공직자들은 어렵게 될 것이다”란 말을 쏟아내고 여러모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었다. 또한 4년 쯤 걸리던 공업지역 지정을 6개월 내로 끝내 각종 경비를 줄이고 안심하고 신속한 투자를 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데서 우리는 감동을 받았다.
취임 1개월이 지난 요즘 대통령은 의외의 발언을 해서 우리들을 놀라게 했다. 곳곳에서 두꺼운 벽을 만났고 조직이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하는데 발목이 잡힌다는 말이다. 물론 10년 만에 바뀐 정권이니까 금방 새롭게 바뀔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외의 발언을 듣고 놀라운 것은 곳곳에서 저항세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이기 때문에 긍정과 부정, 다툼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지만 좀 지나친데가 있다는 생각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 정부 산하기관의 일부 수장들을 코드인사로 채웠고, 그들이 지금 임기를 내세워 집단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안다. 새 정부에 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코드가 안맞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여 시끄럽다. 이 싸움은 상당한 논란을 동반하기 때문에 감동을 받을만한 요소보다는 밥그릇 싸움이란 결과를 가져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어차피 정부와 여당, 그리고 당사자들이 좀더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다. 무턱대고 나가라고 윽박지르는 정부, 못나가겠다고 버티는 준법주의자 (실은 그들 자신도 스스로 준법주의자라고 보기 어려운데가 있다), 코드인사 뽑은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이 얽힌 드라마(?)를 보는 국민은 감동을 받기는커녕 “왜 저럴까”란 의아한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얽힌 실타래가 따로 없다. 작금의 국내사정을 보면 대한민국이 곧 얽힌 실타래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경제성장은 지지부진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름 값, 줄지 않는 청년 실업률, 갈수록 태산인 교육정책, 산처럼 쌓여 오는 난제들은 모두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금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국회의원 지망생들이 내세운 공약은 무지갯빛으로 가득차 있다. 그들이 당선 된 후 국회가 이 공약들을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가슴이 답답할 때, 어둠 속에서 희망이 안 보일 때의 해결책은 의외성 밖에 없다. 극적인 해결책은 감동을 주지만 자기희생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정치인들에게 자기 희생정신과 의외성을 가진 극적 해결책을 기대 할 수 있을까?
꿈과 희망은 사람만이 갖는 특성이다. 정치도 마케팅으로 보는 요즘, 상품은 정치인들이요, 정책은 신제품이다. 유권자가 소비자라면 신제품, 좋은 상품을 골라야 한다. 꿈과 희망이 담긴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행복한 미래, 꿈과 희망이란 상품으로 감동을 받게 해야 세상이 살맛난다. 이 말은 이명박 정부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지금 거리에서 한 표를 달라고 목청을 높이는 모든 정치인에게 드리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