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학에서 건축을 배웠다=공간을 주제로 문학과 건축을 연결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같은 주제를 담은 책들 역시 대부분 문학의 배경이 된 공간을 ‘역사적인 현장`에서 바라본다. 본문에서 몇 문장을 인용하면서, “소설 속 주인공 00이 살고 있는 00동은 박정희 시대 당시 000 사건이 일어났던……”하는 식으로 배경이 된 시대에 초점을 맞춘다.
문학과 건축이 접할 수 있는 많은 지점들 중 역사 이야기만이 부각되는 것이다. “문학 따로 건축 따로” 나눠져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문학 속 화자와의 소통은 단절되어 있다. 책장을 덮으며 ‘이 문학 작품이 어떤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했구나` 하는 깨달음은 얻지만 문학 속 인물들의 감정과 느낌은 살갗에 다가오지 않는다.
문학을 ‘있는 그대로의 문학`으로 읽지 않고, 건축 이야기를 위한 소재로 가공했기 때문이다. 김억중의 ‘문학 읽기`가 반가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문학 속 인물들의 삶에 몰입한다. 그들과 동감할 수 있는 삶의 기억들을 하나 둘 씩 꺼내다 보면 어느새 그의 이야기는 공간이라는 주제에 자연스레 다다르게 된다. 동녁/ 김억중 지음/212쪽/1만2000원
내포지방 선돌 양상.미륵 관찰
▲내포문화연구=매향이 진감선사 이래 선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을 밝힌 책. 매향비들과 산야에 있는 미륵불상으로 관찰·연구해 선종 사찰에서도 미륵신앙이 보편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 책은 내포지방의 선돌의 양상과 호서 가야산 주변의 현존하는 미륵의 실상을 살펴보고 있다. 불교의 전파와 함께 생성된 장자못계의 전설과 서민의 꿈을 이상화한 아기장수계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미륵 불상과 또 전설이 되어가는 산천비보 미륵, 기자신앙 미륵 그리고 미륵불 조성주도자와 매향과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아세아문화사/오윤희/346쪽/1만6000원
개미 세계로의 모험 상상력을 펼쳐봐
▲잭의 미스터리 파일 8 = 잭의 미스터리파일 시리즈 8번째 책인 `개미의 노예가 되다니`는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 했던 개미들의 세계를 과학적 사실에 풍부한 상상력을 덧입혀 신나는 모험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친구들과 공원에 소풍을 간 잭은 그만 실수로 두 달치 다이어트 약을 몽땅 삼키고 만다. 잭은 몸이 쑥쑥 줄어들더니 딱 개미만큼 작아지고 말았다. 몸이 갑자기 작아지니 불편하고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몸이 정상일 때는 전혀 무섭지 않았던 고양이가 호랑이처럼 보이고, 주위의 풀들이 나무만큼 커져 마치 거대한 밀림에라도 떨어진 것만 같다.
게다가 도망친 노예 개미로 오해를 받아 얼떨결에 이집트 개미 종족에게 끌려가게 된다. 이집트 개미 종족의 여왕개미는 다른 개미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세다는 점을 이용해 기분 내키는 대로 약한 개미들을 부리고 마구 죽인다. 하지만 잭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왕개미를 물리치고, 개미 나라에 자유를 가져다준다. 도시락/댄그린버그 지음, 박수현 옮김/144쪽/8000원
‘괴짜’ 소야 스님 수행일기 엿보기
▲중얼중얼=아동문학가이자 괴짜 스님으로 불리는 소야 스님이 불도 수행의 일상 속에서 쓴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땡초를 자처하는 소야 스님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혹은 잃어버린 사람다움을 독자들에게 다시금 일깨워준다. 심의 때가 묻지 않은 산사의 처마 밑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담겼다.
아이들과 어울리며 아이들 마음을 훔쳐 가고, 이 집 저 집 어르신들 아들 노릇하며 마음을 훔쳐 가고, ‘돈 안 되는 곳만 찾아 남에 번쩍 북에 번쩍` 오지랖을 넓히는 괴짜 소야 스님. 그는 세상살이의 전반을 아이 같은 시선으로 익살스럽게 바라본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그의 수다는 우리에게 무언가 갈증을 풀어주는 동치미 같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새론북스/신천희/348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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