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를 타고 출간된 '완득이'는 출간 전부터 예약판매 1위를 기록할만큼 많은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재미있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너무도 쉽게 넘어간다.
이 책의 작가는 김려령,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1971년 서울 출생으로 2007년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라는 작품으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이며, '완득이' 역시 2007년 창비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17살 청춘의 현실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며,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완득이는 고1 주인공 이름이다. 난장이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지만,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란다. 학교에서 싸움도 곧잘 하지만 완득이를 너무도 아끼는 담임선생님 완득이가 똥주라고 부르는 동주 선생님의 배려로 학교에서 왕따 당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하게된다.
그런데 문제는 담임 똥주이다. 완득이는 똥주를 너무도 싫어한다. 옥탑방에서 아버지와 삼촌 이렇게 세명이 사는 건너편 옥탑방에 사는 똥주는 완득이를 생활보호대상자 명단에 집어넣고 라면과 햇반을 수령하게 만들고는 매일 저녁마다 완득이를 불러내 햇반을 자기에게 던지라고 명령이다. 그러면 완득이는 어쩔수 없이 똥주에게 햇반을 던져야 한다. 그래서 매일 하나님에게 기도한다.
똥주한테 헌금 얼마나 받으셨어요. 나도 나중에 돈벌면 그만큼 낼테니까 제발 어떻게 해주세요. 벼락에 맞아죽게 하던가, 자동차에 치여 죽던가. 일주일 내내 남 괴롭히고, 일요일날 여기와서 기도하면 다 용서해주는 거예요? 뭐가 그래요. 만약에 교회룰이 그렇다면 당장 바꾸세요. 이번주에 안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이 소설의 중간을 넘어가면 그렇게 죽도록 싫던 똥주에게 완득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선생님을 이해하게 된다.
반 아이들 모두가 똥주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체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 청소 3회 집행유예기간 1달, 10대 맞기 집행유예기간 3달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칠 수 있는 시간을 주신다.
그리고 똥주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다가 상해를 입히고도 보상은 커녕 자국으로 추방시켜 버리는 매정한 사업가를 아버지로 두고 있으며, 이런 아버지가 잘못을 깨닫지 못하자 자신이 직접 교회를 다니면서 몸이나 마음을 심하게 다친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살펴주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행동하는 정말로 좋은 선생님이다.
부잣집 딸에다 전교 1, 2등을 다투는 범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완득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윤하 결국에는 완득이와 친해지면서 격투기 매니저를 자처한다. 여기에다 완득이가 교회에 갈 때마다 나타나 ‘자매님`을 찾는 정체불명의 핫산, 밤마다 “완득인지, 만득인지”를 찾느라 고래고래 소리치는 앞집 아저씨 등등 양념처럼 등장하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변 인물들의 조화도 더없이 절묘하다.
차차차보다 유쾌하게, 킥복싱보다 통쾌하게!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완득이』의 매력은 바로 속도감 넘치는 문체이다. 리드미컬한 대사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일견 만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완득이』는 롤러코스터다. 한번 올라타면 끝날 때까지 절대 내릴 수 없다. 꾸밈없이 솔직한 문장과 거침없이 내달리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차차차보다 유쾌하고, 킥복싱보다 통쾌한 완득이의 스텝을 따라 어느새 신나게 들썩이고 있는 자신의 두 발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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