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운 국제휴먼클럽 총재.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사장 |
적막한 우주 한켠에 지구는 작은 점으로 존재한다. 그 지구 어딘가에 살면서 너와 나의 소중한 만남은 참으로 대단한 인연이요, 어떤 면에서는 가슴 떨리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만남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인간은 만남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만남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 우리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축복은 만남의 축복이다.
독일의 작가 한스 카로사는 ‘인생(人生)은 만남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독일의 실존 철학자 야스퍼스는 인생의 만남에 두 가지 형태를 말했다. 하나는 ‘겉사람과 겉사람끼리의 옅은 피상적 만남이요, 또 하나는 인격과 인격끼리의 깊은 실존적 만남이다’라고 했다. 만남은 우리의 생애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정채봉씨가 쓴 에세이집에 ‘만남’이란 글이 있다. 그곳에서 작가는 여러 가지 만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가장 잘못된 만남이 생선 같은 만남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만남은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으로 꽃송이 같은 만남을 든다. 피어 있을 때에는 환호하지만 시들게 되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남 중에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어떤 만남일까? 그것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기 때문이다.
『논어』에서는 상호존중과 배려를 인(仁)이라는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논어』에 두 번이나 반복해서 나오는 이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행하기 힘든 공자의 인(仁)에 대한 가르침이다.
『논어』에는 인(仁)에 대한 언급만 해도 100여 차례 이상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이 구절은 인(仁)의 덕목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공자의 제자 중궁이 지도자가 가져야 할 인(仁)에 대하여 질문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문밖에 나가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큰 손님 만나듯 하라. 내가 백성을 부릴 때는 마치 큰 제사(祭祀)를 받들듯이 하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 그러면 나라에서든 집안에서든 어느 누구도 그 지도자를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논어』의 일관된 사상은 따뜻한 인간관계다. 어떻게 인간관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느냐가 공자의 문제의식이었고 물음이었다. 그 따뜻한 인간관계의 핵심 윤리가 바로 인(仁)이며, 인(仁)의 완성은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좋은 친구로서 남에게 인정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가장 위대한 실천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따져 보는 것이야 말로 인(仁)을 완성한 사람의 모습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배려는 두 가지 방면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수평적 인간관계다. 집 문밖을 나설 때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큰 손님 만나듯이 하라. 사업상의 만남이든, 친구와 동료간의 만남이든 만나는 사람마다 큰 손님 만나듯 대접하라는 의미다. 큰 손님으로 내가 상대방을 대접해 준다면 기분 안 좋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상대방에게 큰 손님으로 대접받고 싶다면 내가 상대방을 먼저 큰 손님처럼 대해야 한다.
둘째는 수직적 인간관계다. ‘백성을 부릴 때 큰 제사를 받들 듯이 하라.’여기서 백성은 부하 직원이나 아랫사람이다. 부하 직원에게 지시나 임무를 맡길 때 마치 큰 제사를 받들 듯이 하려면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존중과 배려가 없는 지시나 명령은 원망을 쌓이게 할 수 있다.
일하고 싶은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다. 그 행복은 얼마나 따뜻한 휴머니즘이 깃들어 있느냐에 달려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입장에서 늘 돌아보는 따뜻한 인간관계야말로 이 시대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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