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착한 것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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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착한 것이 경쟁력이다

[시사에세이]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08-03-31 00:00
  • 신문게재 2008-04-01 20면
  •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윤은 기업 활동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유명 벤처기업가 안철수씨가 오래 전에 한 말이다. “사람은 비용이 아니라 자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사람을 비용으로 보고 인건비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사람에게 투자되는 10%의 비용을 13%로 늘리면 나머지 90%의 다른 비용을 80%로 더 크게 줄일 수 있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가 역시 오래 전에 한 말이다. 당시에는 ‘이런 경영자도 있구나, 참신하다`는 느낌이 전부였다. 과문한 탓이다.

내로라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 사이에서 CSR이니 SM이니 SRI가 화두로 회자됨을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말 그대로 기업이 환경이나 인권, 사회공헌 등 비재무적 영역에 쏟아 붓는 활동을 가리킨다. SM(Sustainable Management)은 ‘지속가능경영`으로 번역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여러 형태로 구현하고 그 성과를 경영의 한 축에 접목한 개념이다.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는 ‘사회책임투자`를 일컫는다. 인권이나 환경 등의 윤리기준에 위배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른바 글로벌 기업들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전투구도 불사하는 치열한 경쟁에만 몰두하는 줄 알았다. 한 마디로 단견이자 편견이었다. 지금 세계의 경제주체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빈곤퇴치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재무적 성과를 정리해 주주와 금융기관에 보고하는 ‘연차보고서` 이외에 CSR 내역을 담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등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업체와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르웨이는 정부 차원에서 사회책임투자를 원칙으로 삼았다. 이러한 조류는 윤리·도덕적 이유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좋은 실적을 낸다는 경험에 따른 것이다.

생산의 주체가 아닌 소비자들도 ‘윤리적인 소비` 혹은 ‘착한 소비`에 발 벗고 나섰다. 원산지와 현지인을 착취하는 대신 공정무역에 힘쓰고 사회책임 수준이 높은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움직임이다. 볼거리 위주의 여행이 지구를 망친다는 각성에서 ‘책임 있는 여행` 또는 ‘착한 여행`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먹고 마시고 놀며 물건 사재기에 급급해 현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비 향락적 행태에서 벗어나 지구 환경도 생각하고 열린 마음, 감성의 눈으로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자는 취지다. 그 일환으로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 호텔과 식당 대신 현지 자본이 세운 호텔에 투숙하고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상점을 이용한다.

바야흐로 시대는 ‘착한` 행보가 명분은 물론 실리도 챙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흐름은 효율성을 중시하기에 가장 이기적이기 쉬운 경제 영역에서 싹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확고한 시대정신으로 평가된다.

총선이 ‘착한` 사람을 뽑는 게임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을 선택하는 게임은 더더욱 아니다. 정치적 소신보다 자리에 연연하는 후보,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후보, 지역주의 망령에 편승하려는 후보가 나쁜 사람이다. 이들을 솎아내는 방법은 유권자가 착한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쁜 정치판이 착하게 정화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착한 소비가 착한 기업을 유도한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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