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시스템 필요성 실감… 154개 회사와 사전계약 체결
환경 재해 정보센터 창립… 사고시 피해 최소화 대비
<글 싣는 순서>
1. 일본 덮친 6000t 검은 재앙
2. 기름 오염 재앙에 맞서 다시 일어난 일본
3. 기름 피해 이후 달라진 일본 방재정책
4. 기름 피해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5. 좌담회
4. 기름 피해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일본은 지난 1997년 1월 발생한 나홋카호 좌초사고로 후쿠이(福井)현 뿐 아니라 이시카와(石川) 아키타(秋田) 니가타(新潟) 효고(兵庫) 현 등 9개현에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 사고로 인해 쏟아진 6000㎘의 중유를 불과 3개월 만에 제거해 낸 뒤 국가, 지자체, 민간기업, 지역주민 등 관계기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기름 오염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슬기롭게 극복했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몰려도, 오히려 기회를 찾아낼 정도로 탁월한 위기 대처능력을 중시했다는 얘기다.
당시 방제작업에 참여했던 일본의 전문가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나홋카호 사고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다"며 "기름 오염사고의 피해는 수십 년간 지속된다는 정설대로 위기를 기회 삼아 하나의 성장 동력으로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고,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의 나홋카호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 전문가 4명을 통해 나홋카호 해난 사고를 계기로 얻어진 교훈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를 확인해 봤다.
▲오구라(小倉) 해상재해방지센터 방재훈련소장= 나홋카호 사고로부터 약 10년이 경과됐다. 기억도 희미해져가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유출된 C중유가 고점도 기포화해서 대규모 해양오염을 일으켰기 때문에, 고점도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것이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유출사고의 실태, 국제적인 대응이나 협력체제, 방제체제, 방제작업이나 방법, 자원봉사자의 활동, 기름오염손해배상의 틀 등이 폭넓게 인식됐다. 또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자원봉사자를 육성하는 해수(海守)라는 단체도 만들어졌다. 나홋카호 사고로 얻은 교훈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인식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또 힘을 합치면 어떤 사고라도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실감했다. 그것이 바로 나홋카호 사고의 최대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오누키(大貫) 일본해난방지협회 해양오염방지연구부 상석(上席)연구원= 나홋카호 사고 이후 홋카이도(北海道)의 이시카리(石狩)만에서 예항 중이던 유조선이 좌초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홋카호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대응체제로 피해가 크지 않았다. 나홋카호의 사고 당시 조사연구 활동의 메인테마가 ESI맵(해안취약지도)시스템의 구축이었다. 연안영역에 존재하는 기름의 취약지구를 예측하는 이 시스템은 이전부터 시행돼 왔지만 이 사고로 급속히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나홋카호 중유유출사고로 많은 것을 배웠다. 넘어져도 그냥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의 과학, 현지에 준거한 처리방법,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10년간, 기름 오염 피해 지역에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이 교훈을 앞으로 잘 살려서,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다.
▲고나미(古南) 일본야생조류의 모임 자연보호실 실장= 가장 큰 교훈은, 인간의 네트워크의 중요성, 특히 행정의 종적인 관계를 넘어 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을 통해 1997년에 일본환경재해정보센터(Japan Environmental Disaster Information Center, 약칭 JEDIC) 네트워크 NGO를 창립했다. 이 네트워크에는 야생생물구호수의사협회나 일본해난방지협회도 참여하고 있다. 생태계, 야생생물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학습회의 개최, 자원봉사활동트레이닝 등을 역할을 하고 있고, 사고 시에는 현지의 관계자나 행정기관을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돌발적인 기름유출사고에 있어서 해조(海藻)가 입는 피해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해조에 대해서 어떤 회복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는 것인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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