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희 대전송강중 교사 |
3월 10일 시청각실에서 신입생들에게 사물놀이부를 홍보하기 위한 음악회를 갖는다는 포스터였다. 새 학기의 시작으로 바쁜 와중에도 사물놀이에 끼와 열정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는 후배들을 미리부터 뽑겠다는 사물놀이 부원들의 생각이 포스터의 익살스러운 그림과 정성스럽게 쓴 문체를 타고 나에게 전해졌다.
우리 아이들의 열정은 어디까지일까? 조금은 극성이라 생각되어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15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15년 전 어머니회 담당교사인 나는 학교일에 열심이신 어머니들께 무엇인가 해드리고 싶어서 ‘하시고 싶으신 것 있으세요’라고 물었고 어머니들은 사물놀이가 배우고 싶다고 했다.
아! 이건 아닌데, 큰일 이었다. 난 음악교사이긴 해도 사물놀이를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걱정과 함께 ‘위기는 기회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왕이면 최고의 선생님께 배우고 싶어졌다.
사물놀이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김덕수. 김덕수 사물놀이의 연습장이 부여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전화를 걸었다. “강의는 합숙으로 이루어지며, 일주일이 하나의 과정입니다.”
합숙! 그러면 부여에서 일주일 동안생활을 해야 하는 건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대책이 없다. 큰 아들은 11살, 작은 아들은 5살인데…. 고민하지 말자 하면서도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런데 고민하는 나의 등을 밀어주는 아들과 남편 ‘와! 우리 엄마 좋겠다. 엄마, 이번 여름휴가는 부여로 가세요?’라고 놀리는 아들과 ‘김덕수가 당신의 장구 솜씨를 보면 아마도 바로 스카웃 제의를 할 걸’이라며 놀리는 남편을 뒤로하고 난 부여로 향했었다.
하루 13시간의 장구 연습으로 손은 떨리고, 떨리는 손은 식사 시간에 국을 먹을 엄두조차도 못 내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포스터를 보니 갑자기 15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나도 열정이 있는 교사였는데, 아니 아직 열정이 있나?
가재는 게편이라고 이런 닮은 모습이 더 예쁘게 보이는 것일까. 우리 사물놀이 아이들은 전천후다. 더위나 추위가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처럼 지난 겨울방학도 온풍기도 없는 연습실에서 선배는 후배들에게 사물놀이의 기본인 호흡을 가리키며 장단을 익히고, 느낄 수 있도록 몸으로 전하고 있었다. 포스터에 나타내고 있는 꽹! 한번 때려봐!
이렇게 어려운 조건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과 늘 뒤에서 도와주시는 유성구청의 국악육성 프로그램이 있기에 우리 전통 음악은 계승 될 것이고 세계인의 음악으로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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