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수]나무 심기(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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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수]나무 심기(短想)

[기고]김대수 혜천대학 도시환경조경과 교수

  • 승인 2008-03-24 00:00
  • 신문게재 2008-03-25 20면
  • 김대수 혜천대학 도시환경조경과 교수김대수 혜천대학 도시환경조경과 교수
▲ 김대수 혜천대학 도시환경조경과 교수
▲ 김대수 혜천대학 도시환경조경과 교수
황사가 심하게 훑고 지나간 아침, 황토먼지를 뒤집어쓴 주차장의 차들 위로 늘어진 나뭇가지의 움이 눈에 띌 만큼 커졌다. 봄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기온이 제법 오른 이즈음부터 5월까지가 나무를 심기 가장 적당한 기간이다. 지난 한해 우리 지역 대전을 뜨겁게 달구었던 나무심기, 2020년까지 긴 호흡으로 이어가야 할 나무심기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먼저 3000만 그루 나무심기의 목표와 관련된 것이다. 나무심기의 목표는 숫자 3000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숲 속의 도시 대전`을 지향 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나무심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오해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전의 3000만 그루 나무심기 이전에 있었던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자. 지난 1998~2002년 사이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었던 서울시의 ‘생명의 나무 천만그루 심기`. 서울시의 공식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총 1,641만 그루가 심겨졌고, 이 가운데 키 큰 나무인 교목은 10% 정도인 165만 그루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과도한 실적 부풀리기라고 폄하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실제 자연현상에서도 그러하거니와 건강한 식물생태 군집이 교목과 키 작은 관목, 초화, 지피에 이르는 여러 겹의 다층구조를 이루는 것에 비춰보면 결과적으로 서울시 사례의 키 큰 나무 비율이 크게 모자라는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무 심기는 수적 과시가 아니라 오히려 도시 숲의 건강성을 살리고 이를 통해 살고 싶은 지역만들기를 위한 수단이라는데 더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거대도시 서울이 변화해가는 최근의 모습을 조금 더 살펴보자. 청계천으로 대변되는 문화도시,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의 변화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나름의 녹지 확충계획, 천만그루 나무심기, 청계천 복원, 최근 한강르네상스에 이르기 까지 일관되게 도시 인프라로서 공원과 녹지의 확충을 계획하고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가시적 성과이다.

이들 사업의 순서가 바뀌어 진행되었다면 어떠했을까? 도시 어느 곳에도 변변한 녹지나 공원, 가로수 등이 없는 도시 한복판에 청계천이 만들어졌다면 지금과 같은 녹지 축이나 녹지의 연결이니, 생태하천이니 하는 도시 환경구조의 개선이 가당하기나 했을까? 동일한 혹은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우리 지역 대전의 나무심기 역시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도시 인프라로서 기능하고 작동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학도시·문화도시·생태도시를 목표로 하는 대전이 현재적 시점에서 도시의 녹지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해나가는 것은 분명하고도 타당한 일이다.

나무심기는 호사가들을 위한 장식이나 화장술의 방편이 아닌, 환경적·공학적·심리적으로 기능하는 도시의 기반시설로서 주민의 참여를 통한 도시만들기의 구체적 행동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면밀하게 지역의 자원과 현실을 조사하여 녹지의 중심이 되는 큰 산과 공원으로부터 동네 어귀의 소공원, 학교 등의 점적 녹지를 체계화하고 이를 연결하는 크고 작은 길과 물길을 따라 녹화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찾아내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연결된 녹지망(green network)으로 연결하는 체계적인 계획을 주민과 함께 만들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을 가진 불특정의 다수가 모인 도시의 욕망과 이상은 개발과 보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안을 수밖에 없는 도시의 필연이다. 때론 상충을 통해 새로운 모색과 발전이 생기기도 하지만 소통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거나 이해의 부족에서 생기는 상충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첨예한 대립을 빚게 되는 지역의 녹지, 환경 문제는 먼저 주민과 행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평온하고 쾌적한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녹지의 양을 목표로 설정하고, 불가피한 개발로 인해 녹지의 훼손이 생길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체 녹지의 조성을 통해 지역의 환경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녹지총량을 관리하는 방안의 도입과 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지역의 환경과 삶의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진정한 마음을 바탕으로,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 같이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와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무를 살아있게 할 것 같지 않던 지난 겨울의 혹한과 모진 바람이 나무를 더 건강하게 하고 새싹을 틔우기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여겨지게 하는 넉넉한 봄이다. 2020년, 대전의 봄을 상상해 본다.
푸르다.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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