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사랑하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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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사랑하는 아들에게

[중도춘추]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

  • 승인 2008-03-20 00:00
  • 신문게재 2008-03-21 20면
  • 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
▲ 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
▲ 이충재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장
사랑하는 아들 새암아, 너를 미국으로 떠나보낸 지 8개월이 넘었다. 참 빠르게 지난 8개월이었지만 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참 길게도 느껴진 시간이었다. 지난해 초 네가 고등학교 2학년인데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1년 동안 가겠다고 도전장을 냈을 때 사실 아빠는 성적도 그리 떨어지는 편이 아닌 너를 말리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도전이라 판단해서 함께 결정했었다. 이시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또래의 부모들은 성적, 입시 등에 관해 대체적으로 비슷한 생각뿐일 게다.

처음 그곳에 도착해서 너는 영어가 잘 되지 않아 선생님들께 숙제제출시간을 연장해달라고 했고 축구부에 들어 집중훈련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지. 부상을 당하고 감기몸살에 며칠을 앓고서도 후에 소식을 알려줘 가슴 찡했던 기억이 새롭다. 자식을 길러 봐야 부모심정을 안다고 8남매를 낳아 기르셨던 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함이 늘 사무친다.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마지막 학년인 네가 너의 앞길(대학입학 등)에 대해 고등학교 카운슬러 선생님과 충분히 대화하고 각 대학의 입학 카운슬러와도 개인적으로 소통하면서 스스로 입학과정을 쌓아가는 소식을 듣는 일이었다. 네가 이 곳의 고등학교 생활 속에 묻혀 있었다면 과연 이런 일이 8개월 만에 가능할까 생각해 보았다.

너에게 늘 말했듯이 미국은 경제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잘못된 권력구조를 갖고 있다. 공의롭지 못한 그 이념은 20세기 인류역사 속에 답이 있단다. 체제와 국가권력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미국사회가 부러운 것은 생활세계 속에 진하게 스며있는 것은 생활민주주의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서구민주주의식 시민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 ‘인간평등`의 기독교적 가치 아래 개인에 대한 존중이 철저히 보장되고 있다는 점을 이번에 네가 대학입학과정을 스스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늘 사회구조의 문제를 변혁하는 일에 관심했던 아빠라 그런지 너의 이런 과정을 한국사회와 빗대어 생각해 보았다. 단적으로 보면 너의 현재 미국생활은 펑펑 노는 고3 취급을 받았을 게 분명하다. 보충수업, 과외는 커녕 휴일은 다 챙겨 놀고 여행에 운동에 그렇게 노는 너를 보고 아빠엄마도 꽤나 잔소리 했겠지. 교육현실에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새암아, 네가 말했듯이 새롭게 도전하는 10개월의 기간 동안 이 엄연한 현실을 정직하게 느끼길 바란다.

아빠의 이런 표현은 한국교육이 무조건 나쁘고 미국은 우수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기성세대가 다음세대에게 바른 유산을 물려주려면 모든 가치를 경쟁과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정신과 바른 가치관을 어떻게 물려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의 틀 속에 포로가 되어버린 이 교육제도의 본질을 온 국민이 솔직하게 바라보아야 하며 너 또한 미래를 준비하는 당당한 청소년으로서 알 권리, 말할 권리, 비판할 권리를 가져 보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학원영업시간을 12시까지 늘이려다 각계의 비판을 받자 도로 밤10시까지로 제한되었다. 지난해 아빠가 일하던 YMCA가 열심히 노력한 내용으로 너희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고 싶어서 함께 운동을 시작했는데 전국 광역단위 학원교습 조례개정 관련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구나.

이번 주는 고난주간이다. 예수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그 뜻을 헤아리며 경건하게 보내는 기간이지. 깊은 성찰 속에 높은 뜻 지니길 기도한다. 대학 때 읽었던 인도의 독립운동가 네루가 딸에게 감옥에서 보낸 글을 편집한 세계사편력`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보고 싶다. 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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