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형의 ‘그림 엿보기’ 조선시대 ‘여성화가’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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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형의 ‘그림 엿보기’ 조선시대 ‘여성화가’ 가능했을까

  • 승인 2008-03-18 00:00
  • 신문게재 2008-03-19 13면
드라마 ‘이산’에는 성송연(한지민)분이 등장한다. 정조임금(이서진)이 평생 사랑한 여인이다. 송연이가 11살 생각시 때 사도세자가 죽기 며칠 전, 창덕궁 휘령전에서 세손과 처음 만나는 인연으로 그녀는 세손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나중에는 후궁 의빈 성씨가 된다.

아버지가 화원출신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림을 좋아하게 되고 재주가 뛰어났던 송연이는 궁중도화서로 자주 심부름을 다니다가 친척의 도움을 받아 입궁을 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답답한 구석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조선시대의 직업직인 여성화가가 가능했었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림에 재주가 많았던 그녀는 궁중도화서에 들어간다. 도화서는 국가에서 화가들을 양성했던 곳이다. 이산에서도 역시 도화서(원)이 나오고 양성되는 화가들의 모습이 나오는 대목이 많다. 그들은 임금이나 왕실에 대한 모든 생활상을 따라다니면서 일종의 기록처럼 그림을 그린다. 역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림이란 문화의 창인 것 같다. 지금 같으면 최신식의 카메라를 통한 촬영쯤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모습을 담아내는 드라마에서는 일일이 화원들의 손을 거쳐 그려지는 그림으로 그 일을 수행하고 있다. 결국 그림이란 표현되는 역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인 것 같다.

그럼 남자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으로 묘사되는 도화원에서 여자인 송연이는 무엇을 했을까? 송연이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몰래몰래 그림을 그리며, 먹이나 가는 잡일에 불과한 일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산을 보면, 내가 아는 한국여류화가가 왜 항상 신사임당밖에 생각나질 않았던 것인지에 대해 이해가 간다. 단지 한국여류화가가 많지 않았던 이유가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출중했던 한국여성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그 시대를 이끌었던 남성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해도 송연이처럼 먹이나 갈고 있을 수밖에 없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 상황이 단지 내 추리만이 아닌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과 자질도 결국 제도적 보장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 여성화가들이 이루어온 것은 단순히 개인적 성취가 아닌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고군분투했던 인권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럼 요즈음 사회에는 남녀차별이 없으니까 훌륭한 여성작가가 많이 나올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생각보다 여성작가군이 남성작가의 수보다 적고 또 사회적 예술적 성취도도 낮다고 볼 수 있다. 근대이후 서양식 교육제도가 도입된 이후 평등해진 교육적 과정이 확보되었음에도 여성작가들의 현실적 위치가 남성작가보다 불리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직도 여성작가들이 남성작가에 비해 예술적 성취력이나 자질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성이 온전한 작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치뤄야 할 장애가 아직도 많다라는 가장을 할 때 생물학적 근거는 무의미한 것이 된다.

21C인 우리사회에서는 18C의 송연이와 같은 화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예술과 개인의 함수는 더 사회적으로 밀착될 수 있으리라. 오늘날의 송연이에게 한마디하고 싶은 것은 개인적인 일에 매몰되지 말고 더 큰 포부를 위해 열심히 그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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