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씨를 심자. /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나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맞추고 가고, /
해바라기는 첫시약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지르고 간 놈이- /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이다. //
▲ 이숙자 계룡 용남중 교사 |
누나는 해바라기씨를 정성스레 심고 있고, 곁에 있는 바둑이가 앞발로 흙을 다진 뒤, 고양이가 이어서 꼬리로 다지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한편, 동생은 참새가 보고 해바라기씨를 쪼아먹을까봐 한쪽으로 참새를 저만치 데리고 가서 놀아주고 있다. 참새가 못 보게 해바라기씨를 몰래 심게 하려고 참새눈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놀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김지하시인의 ‘새봄’의 주제와 상호 관련을 시킨 성은이의 자상하고 따뜻한 품성을 느낄 수 있어 기뻤다.
학생들의 인지적, 정의적, 사회적 측면을 골고루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며, 자아계발 및 흥미와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선택형 개별학습 후, 모둠별로 모여서 토론하게 한 후, 전체 앞에서 발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떤 모둠에서는 새봄을 작곡하여 노래로, 어떤 모둠에서는, 남의 꿈을 존중해주지 못하고 시기`질투하는 참새가 되기보다는 서로의 꿈을 존중해주는 누나, 바둑이, 이슬,햇빛이 되어야 한다고 청소년문제인 ‘왕따문제’와 관련한 논술문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김지하시인의 ‘새봄’에서도 ‘푸른솔’과 ‘벚꽃’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과 조화의 삶’을 일깨우고 있듯, 예쁜 꿈을 지닌 해바라기씨를 싹틔우게 하기 위하여, 때로는 학생들의 지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이슬이 되었다가, 때로는 춥고 어두운 마음을 밝고 따스하게 비추어 주는 봄햇살도 되리라. 오늘도 나는 ‘상생(相生)의 꿈을 키우는 교직의 보람’으로 아이들 순수의 눈망울에 어려 있는 내 눈부처를 보며 무한한 감사와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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