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 |
지난 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자 75.1세, 여자 81.8세로 조사됐다. 회갑연을 거창하게 치르고 ‘인생칠십 고래희(人生七十 古來稀)’라던 과거의 인식은 바뀐지 오래다. 영양섭생이 좋아지고 위생관념과 의료체계가 향상되면서 나날이 수명은 늘어간다. 노인복지가 사회안전망 구축의 중요과제로 등장하면서 노년층을 챙기는 이러저러한 혜택과 보살핌은 늘고있다. 노령층 역시 예전의 수동적, 체념적 태도에서 적극적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사회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삶을 향유하는 ‘젊은 늙은이’가 넘쳐난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곁에는 아직 따뜻한 보살핌의 손길에서 비껴간 불우한 계층과 욕구해소에 갈등을 느끼는 노령층이 상존한다. 이즈음 범죄 피해자와 강력범죄 피의자중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70대는 과거 50대 중, 후반과 맞먹을 정도로 체력과 의식, 사회참여 욕구 그리고 욕망 분출에 적극적이다. 70세 어민이 자신의 어선에서 성추행,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여러 명의 젊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엽기적인 사건이 그러하고 알게 모르게 빈발하고 있는 어린이 대상 성추행, 크고작은 절도·강도행각 그리고 최근 숭례문 방화사건 피의자 역시 69세였다. 강력범죄에 관련된 노령인구는 가해자, 피해자를 막론하고 특단의 관심과 배려, 법적 제도정비 없이는 끝없이 증가할 전망이다.
끼니와 잠자리가 해결된다고 노령층의 복지가 해결되지 않는다. 1960년대 이후 근대화, 산업화의 주역으로 열심히 일한 후 급속한 사회변화와 세대교체 그리고 핵가족화의 와중에서 소외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노인계층의 욕구분출은 결국 그늘진 곳의 범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의 성적욕구를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백안시, 외면하는 우리사회의 고정관념이 아직 견고한 이상 노인 강력범죄의 개연성은 상존한다. 각종 사회단체,기관, 복지관에서 노인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대상자에 비하면 혜택을 받는 분들은 턱없이 적고 실질적 도움 역시 기대에 미흡하다.
독거노인 돌보기, 기초생활 수급자와 각급 시설에 수용된 노인들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특히 60`~70대의 욕망을 해소시켜줄 사회의 관심과 효율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시급하다. 젊은 시절 일에 쫓겨 건전한 놀이문화를 습득하지 못했을뿐더러 체계적인 성교육 역시 받아볼 기회가 없었던 노령층은 그리하여 사회적 무관심과 분출하는 욕망의 와중에서 일탈과 범죄의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즐겁게 놀고 슬기롭게 욕구를 해소할 제도적 장치와 관심이 필요하다. 노인의 성(性)을 자연의 이치로 간주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너그러운 시선과 방안을 마련한다면 증가하는 노인들의 일탈행위와 범죄노출은 줄어들 수 있다. 레크리에이션으로 건전한 율동과 대인관계를 익히고 젊은 시절 능통했던 기술이나 재능을 살려주는 작은 일자리 제공, 소외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끊임없이 베푸는 배려와 관심에서 노령층은 사회주류로 편입되고 음습한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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