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확대.비전문화.상업주의로 문단혼탁”
쏟아지는 문예지와 기하급수로 증가한 시인들, 대전은 시인공화국인가?
홍희표 교수(목원대)는 최근 발행된 대전문화(제16호)에서 ‘현대한국시에서의 대전의시적공간`이란 기고를 통해 대전시단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1990년 각종 간행물 발간에 관련된 제 법규와 규정의 완화로 다양한 문예지들이 소속 창간되면서 극히 제한적이었던 등단의 기회가 확대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양적 확대만 초래했을 뿐 질적 향상을 담보하지 못해 시의 비전문화 경향이 높아지고 상업주의까지 가세하면서 시단의 분위기는 혼탁해졌다고 분석했다.
홍교수는 문예지를 통한 시인들의 대량 등장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대전문인협회 수록된 시인들은 1950년대 8명, 60년대 9명, 70년대 21명 등 소수에 불과했지만 80년대 43명, 90년대는 50여 명이 등단하며 현재는 약 200여 명.
이는 소설, 희극, 평론 등 10~20여 명에 불과한 타 장르에 비해 많은 부분을 차지, 장르간 불균형을 초래하며 ‘시인공화국`이란 비난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시인들의 양적확대 뿐 아니라 시 쓰기를 입신과 치부, 계층상승의 수단으로 여기는 문학 지망생과 문예지를 만들어 문단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는 문단대권 후보자들의 폐단은 대전문학을 무질서하게 하고 저질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서울중심의 독주체제로 고착된 문단의 현실로 인해 지역동인지들이 대안으로 나타났지만 유독 대전에만 동인지 성격의 문활동이 활발하지만 동인지 성격이 먼저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교수는 “동인지의 작품경향이나 시 세계의 공동 추구보다는 구성원들의 개성을 인정한다는 이름 아래 모임형식의 무기력을 답보하고 있는 듯 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개개 시인들의 자질과는 관계없는 이 지역 전체의 구태의연하고 전근대적인 문화적 분위 탓으로 돌리고 역사의식과 현실 인식에 대한 보다 치열하고 각고 어린 작업과 투쟁을 시인들에게 당부했다.
홍교수는 “각 동인지나 문예지마다 신인작품 추천이 남발, 시적 수준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며 “습작기 수준의 작품들이 시집으로 간행되고 있어 오늘날 대전시단의 현실이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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