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청약통장 사용 없이도 무순위 청약이 가능한 만큼 가입자들은 청약통장을 아끼거나, 아예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급증세를 보이던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 2006년 4월 728만3849명까지 늘어났지만 청약가점제 시행 등으로 청약부금과 청약예금 가입자들이 줄어들면서 지난해에는 7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는 청약부금과 청약예금 가입자는 줄어든 반면, 청약저축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났지만 올해 들어서는 청약저축 가입자마저 감소세로 전환했다.
청약저축 가입자마저 감소한 것은 미분양 주택 물량이 급증하면서 청약통장 사용이 무용지물 됐기 때문이다. 순위 내 청약보다는 청약통장 없이도 가능한 무순위 청약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1년 미만 가입자 ‘버려` = 청약가점제 이후 청약통장 단기 가입자가 급감한 이유는 전국 미분양 주택이 12만 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굳이 청약통장 없어도 자금 여력만 되면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가능한 신규 분양 물량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국적으로 청약통장 가입자가 700만명에 육박하는 등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가 통장가입기간 점수(17점)를 높여 유망단지 당첨을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대전과 충남·북 지역의 미분양 주택 물량이 지난 1월 말 현재 2만 가구를 넘어서고 있고 청약에서도 순위 내 청약보다는 무순위 청약에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도 순위 내 청약보다는 무순위 청약에 더 마케팅을 치중하는 등 분양전략을 세우고 있다.
▲장기가입자 ‘아껴야 산다` = 14년 이상 청약통장 장기가입자는 청약가점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청약통장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거환경은 물론 투자가치가 우수한 유망 단지 분양에서 높은 당첨 확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건설사가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밀어내기식 분양을 한 사실을 감안하면 청약가점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장기가입자는 분양가격이 비싼 아파트 보다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유망 아파트 당첨을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청약가점제 시행 이후 통장가입자 간에도 가점제 유불리에 따라 통장관리 형태가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며 “장기가입자는 유망단지 청약을 위해 청약통장을 아낄 것으로 예상되고 가점제에서 불리한 신규가입자나 젊은층 등은 새 정부가 도입할 예정인 신혼부부주택 및 지분형 주택에 높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