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훈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 |
당시 충남대학교는 안팎으로 큰 변화의 소용돌이 중심에 놓여 있었다. 안으로는 새 총장 양현수호의 출범에 따른 변화와 혁신, 밖으로는 대학구조조정 지역균형발전 등의 정부 정책 한켠에서는 대학 간 통·폐합을 논의하고 다른 한켠에서는 R&D 특구에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행정 중심 복합도시와 관련된 논의 등 긴박하고 긴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너 나 없이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던 때였다.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루듯이 지역사회에서 작은 주체적 역할을 통하여 실증한 후 점진적으로 확대·발전 모델을 찾고 싶었다. 돌이켜 생각건대 큰 그림의 줄기는 대청호 충주호 금강 줄기를 따라 구상해 본 국제 줄풍류 축제(International Chordophones Festival)이다. 대전과 충남·북 3개 시·도가 어우러지는 문화예술교육 큰 마당을.
물줄기를 선택한 연유는 이렇다. 물은 어느 날 달력에서 물의 날 3월 22일을 보고 연상한 것이다. 그것은 물의 소중함과 소통함이다. 아니 가는 곳이 없는 생명의 원천으로 친환경·친생명 교육에도 아주 적절한 것이다. 한편 수자원 공사의 든든한 후원까지도 기대하면서.
줄은 가야금의 줄을 떠올렸다. 가장 중요한 줄은 생명줄이고 밥줄이긴 하지만. 악기론에서 소리를 생산해 내는 방법에 따라 분류할 때 줄을 진동시켜서 내는 소리를 코더폰(Chordophones)이라 한다. 그리스어로 코드(Chord)는 줄을 뜻한다. 물과 줄의 관계에 있어서 흥미롭고 또 의미 있는 이야기가 있다. 문헌에 따르면 중국 역사상 첫 번째 왕은 복희씨다. 기원 전 47세기 경 초기 목축시대의 인물이다.
뛰어난 철학적 사고를 통해 8괘를 그려 역학의 체계를 세운 인물로서 25현 거문고[瑟]를 만들었다. 거문고는 사냥하고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만든 그물을 본떠서 만든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거문고 줄은 밥줄이고 생명줄인 셈이다. 그냥 놀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철학적 의미도 있고 실 생활적 가치도 높은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역사적 가치는 가야금을 만든 우륵선생과 충주의 관계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는 에너지이고 현대적 기술을 말한다.
과거와 미래를 소통시키는 힘이며 기술이고, 안과 밖을 소통시키는 힘이며 기술이다. 또 자연과 인간을 소통시키는 힘이며 기술이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소통시키며 이 모두를 하나로 엮어내는 힘이며 기술이다. 이것이 조화 화해를 뜻하는 중(中)이다. 대전과 충남·북 3개 시·도를 중부권이라 한다. 그래서 중의 철학적 의미를 살리는 예술적 실천 방안으로 국제 줄풍류 축제를 그렸다.
물줄기 따라 그리던 그때 그 그림은 허공으로 날려 보냈는데 오늘 백지에 글자로 일단을 되살려 본다. 실현될 때가 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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