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 모래 기름성분 최고11배 증가
국내 해상 기름유출 사고 중 최대 규모였던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건으로 인해 물고기 먹이인 모래옆새우가 사라지는 등 환경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지난 1월 한 달 동안 태안 앞바다에 대한 생태계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다 식물인 해초류 절반 이상이 죽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2월 채취된 392g/㎡의 해조류 보다 43.2%나 감소한 223 g/㎡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지난 2005년 46종에 달했던 물고기 종류가 사고 뒤 17종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환경파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태안 앞 바다에서 서식하거나 먹이를 찾던 철새 등도 인근의 저수지로 대거 이동하는 등 환경 피해가 가속화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환경부 조사 결과 의항리 앞바다에서 1.895㎍/ℓ의 기름성분이 검출되는 등 기름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화창도 앞 바다의 백사장 모래에서는 기름 성분의 하나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78.98ng/g이나 검출됐다. 이는 사고 전 보다 최고 11배 이상의 수준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해류가 상승하면 또 다시 물속에 녹아들면서 2차 오염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며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인근 지역의 환경과 생태계에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정설이 그대로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앞으로 5년 정도나 지나야 조개류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사고 후 100일을 맞았지만 지금까지도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복원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인공적인 정화가 아닌 장기간에 걸친 자연정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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