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속수무책… ‘자원봉사자 땀’ 일본 구해

정부도 속수무책… ‘자원봉사자 땀’ 일본 구해

기름피해극복 해외사례로 배운다

  • 승인 2008-03-13 00:00
  • 신문게재 2008-03-14 7면
  • 조양수 기자조양수 기자
봉사자 스스로 대책본부 구성
3개월 만에 6000㎘ 유류 제거

<글 싣는 순서>
1. 일본덮친 검은 재앙
2. 기름 오염 재앙에 맞서 다시 일어난 일본
3. 기름 피해 이후 달라진 일본 방재정책
4. 기름 피해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5. 죄담회


2. 기름 오염 재앙에 맞서 다시 일어난 일본

◇자원봉사자들의 사활건 노력
검은 재앙을 걷어낸 진정한 주역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일본 러시아 선박 나홋카호(1만3157t. 승조원 32명) 침몰 당시 지역사회 내에서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과 붐을 일으켜 전 국민의 자원봉사 참여를 이끌어낸 것도 정부가 아닌 주민단체였다. 이들은 나홋카호가 폭풍우를 만나 선체가 동강이 나는 바람에 쏟아진 6000㎘의 기름을 불과 3개월 만에 제거해 냈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고에 정부가 속수무책이었을 때 이들 스스로가 자원봉사자 본부를 만들어 몰려드는 자원봉사 접수 및 업무분장, 구호 물품관리, 숙식 제공 등의 일들을 해냈다는 것이다. 나홋카호 선박 좌초 사건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는 컸다. 나홋카호에서 유출된 중유는 후쿠이(福井)현뿐만 아니라 이시카와(石川) 아키타(秋田) 니가타(新潟) 효고(兵庫) 현 등 9개 현에 크고 작은 피해를 안겼다. 이 사고로 수산업 분야에서는 게, 새우, 오징어, 돌김, 전복 등 주요특산물 생산이 중단되는가 하면 오염 지역 인근에서서 생산된 수산물까지 판매량이 급감했다.

게다가 오염 지역 대부분이 국립관광단지로 지정 받은 곳이어서 관광업 및 유사업종의 간접피해가 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온천지역이다 보니 사고 이후 2년 동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뿐만 아니라 기름 오염 피해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던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 취수구가 기름에 막혀 주민들이 극심한 불안에 시달려야만 했다.

일본 가나자와(金況)지자체문제연구소 세이키(佐伯.60) 사무국장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고였기에 피해가 더욱 컸다"며 "선박이 좌초한 뒤 정확히 3일 만에 미쿠니 해안에 기름이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이 지나자 번진 기름은 해류를 타고 남쪽 해안 전역을 오염시키면서 어민은 물론 관광업 종사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결과적으로는 미쿠니 지역에서만 6일 동안 2228㎘의 기름을 운반했다"고 했다.

일본 전력노조운동 반도(友東.69) 상임이사도 "당시 수많은 자원봉사대가 밀려드는 기름덩어리와 사투를 벌였다"며 "해안도로를 따라 줄을 지어 이동하는 강력흡인차의 행렬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원봉사들의 수작업과 기계력의 조화는 유출된 중유의 오염을 막는 초석이 됐다"며 "홋카이도(北海)부터 큐슈(九州)에서 봉사활동을 벌인 자원봉사자만 수백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난 2000년 10월에 개최된 집행위원회(92 Fund)의 결과에 따르면 일본이 중유 유출 사고로 인해 2년 동안 입은 총 손해 산정액은 방제비용 95억엔(한화 950억원)을 포함해 284억7000만엔(한화 28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제기금 보상한도액 231억6000만엔을 훌쩍 뛰어넘은 범위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