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바람직한 사회지도층의 자세는 어떠한 것인가

[나는야 논술 짱]바람직한 사회지도층의 자세는 어떠한 것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고등논술

  • 승인 2008-03-12 00:00
  • 신문게재 2008-03-13 12면
[논제]
(가) - (다)에는 지도층의 가치관과 자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다. 이 자료가 시사하는 바를 찾아 밝히고 바람직한 지도층의 자세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가)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서산대사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반드시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나)
퇴계(退溪)와 더불어 영남유학의 쌍벽이었으되 일체의 벼슬을 마다하고 지리산 자락에 은둔하였던 남명 조식은 한 시대의 빼어난 봉우리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정신사에서 그의 위상이 차지하는 무게는 가히 지리산의 그것에 비길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퇴계가 “나의 명정에 처사(處士)라고만 쓰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말을 듣고 할 벼슬 모두 다 하고 처사라니 진정한 처사야말로 나뿐이라는 말을 남겼을 만큼 그는 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사(士)에 처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퇴계가 풍기군수로 있을 당시 그곳의 백운동서원에 어필을 받아 사액서원(賜額書院)의 효시를 열고 곳곳에 서원을 건립하였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남명 조식 선생은 철저하게 선비의 재야정신(在野精神)을 고수하였습니다.

경(敬)과 의(義)를 근간으로 하는 학문의 대도(大道)는 그것만으로도 어떠한 현실정치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더 오랜 생명력으로 사회를 지탱할 수 있고 또 지탱하여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그는 갖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높이 빼어나지는 않되 흡사 산맥 속에 묻힌 숯처럼 역사의 동력을 갈무리하는 중후한 무게를 그는 재야라는 공간에서 이루어내었던 것입니다.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물 위의 배에 지나지 않는 것. 배는 모름지기 물의 이치를 알아야 하고 물을 두려워하여야 한다는 지론을 거침없이 갈파한 남명. 벼슬아치는 가죽 위에 돋은 털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가죽을 벗기는 탐관오리들을 질타하였습니다.

산천재 마루에 앉아서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장중한 지리산의 자태가 바로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민중적인 재야성(在野性)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의 개량’에 매몰되는 급급함보다는 ‘내일의 건설’을 전망하는 유장함이 더 소중한 까닭은 오늘의 개량이 곧 내일의 발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야의 요체는 독립성이라 믿습니다. ‘오늘’로부터의 독립이라 믿습니다. 구름 속에 묻혀 있는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지리산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거창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시가지 변두리에 보잘 것 없는 교사가 울타리도 없이 서 있었습니다. 휴일이라 인적도 없는 교정을 돌아보다가 강당의 벽면에서 다음과 같은 직업 선택의 십계를 발견하였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을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라’ 한 시대의 빼어남을 지향하는 길을 가지 말고 장중한 역사의 산맥 속에서 익어 가는 숯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계의 부품이 되지 말고 싱싱한 한 그루 나무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

(다)어사또 들어가 단좌하여 좌우를 살펴보니 당상의 모든 수령 다담을 앞에 놓고 진양조가 양양할 제 어사또 상을 보니 어찌 아니 통분하랴. 모 떨어진 개상 판에 젓가락, 콩나물, 깍두기, 막걸리 한 사발 놓았구나. 상을 발길로 탁 차 던지며 운봉의 갈비를 직신
“갈비 한대 먹고지고.”
“다라도 잡수시오.”
하고 운봉이 하는 말이
“이러한 잔치에 풍류로만 놀아서는 맛이 적사오니 차운(次韻) 한 수씩 하여 보 면 어떠하오.”
“그 말이 옳다.”
하니 운봉이 운을 낼 제 높을 고(高)자, 기름 고(膏)자 두 자를 내어 놓고 차례로 운을 달 제 어사또 하는 말이

“걸인이 어려서 추구권(抽句卷)이나 읽었더니 좋은 잔치 당하여서 주효를 포식하고 그저 가기 무렴하니 차운 한 수 하사이다.”

운봉이 반겨 듣고 필연(筆硯)을 내어주니 좌중이 다 못하여 글 두 귀를 지었으되 민정(民情)을 생각하고 본관 정체(政體)를 생각하여 지었것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낙시(燭淚落時)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

이 글 뜻은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았더라. - 작자 미상, 『춘향전』 -

<논제 및 제시문 분석>
역사적인 사건들을 볼 때 통치자의 의식과 가치관이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결과를 가져왔듯이 리더십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리더십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속성을 지녔고 이에 따른 리더십의 정의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시문 (가)-(다)는 지도층이 어떤 리더십을 갖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먼저 (가)에서는 선구자로서의 지도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자신의 발자취가 후세 사람들의 밑거름이 되어야 함을 가르치고 있으며, (나)는 재야성을 통한 지도자의 올바른 길을 모색하는 가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즉, 경(敬)과 의(義)를 근간으로 하는 학문의 대도(大道)를 바탕으로 하늘에 높이 빼어나지는 않되 흡사 산맥 속에 묻힌 숯처럼 역사의 동력을 갈무리하는 중후한 무게감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백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다)는 춘향전에서 발췌한 글로 변학도의 행동을 통해서 무능하고 부패한 탐관오리들의 전횡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욕구 충족만을 위해 백성을 짓밟는 행위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견지하고 있다.

이 논제의 핵심은 우선 백성을 위하는 민본주의를 기반으로 지도층의 가치관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정치 형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밝혀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지도층의 가치관이나 자세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글에 대한 객관적 분석 능력과 주관적 견해가 함께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박유진 대전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 박유진 대전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학생글]대전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박유진

500년 조선 왕조의 상징이었던 숭례문이 울분에 찬 한 국민에 의해 재가 되어 버렸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에는 분노한 백성들에 의해 경복궁이 불탔었다. 이러한 사건은 모두 지도층의 불찰로 인한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원망과 실망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제시문 (다)에 나타난 백성들의 고통을 잘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세계에서 지도층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는 다원화 사회이다. 다양한 직업과, 계층이 존재하며 그에 따른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회적 약자와 강자의 물질적 차이는 양극화 되고 있으며, 사회적 소외감 또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가 내부적으로 분열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지도층이 해야 할 일은 약자와 강자를 아우르는 사회 통합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의로운 국가를 이상향으로 삼은 바 있다. 여기서의 정의로운 국가란, 생산자, 국방, 통치자 계급의 특성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지혜로운 통치자에 의해 계급들간의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제시문 (나)의 이황은 군주란 물위를 지나가는 배로서 물과 같은 민심을 항상 살피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런 이치는 현대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배의 순항은 물의 잔잔함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고요함은 어느 한쪽에서라도 파도가 일어나는 경우, 순식간에 깨져 버리고 만다. 즉 지도자는 민심을 살피는 것을 넘어서서, 모든 계층을 두루 살펴 물의 잔잔함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화 속의 지도층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세계는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이제 국제 사회에서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넘어서 세계의 보편적인 이익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배타적 민족주의만을 고집하는 국가는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으며, 국제 사회로부터의 단절은 국가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국제 사회는 인류의 보편성을 근거로 설립되었다. 인류의 보편성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서, 죽음을 싫어하고 삶을 선호하며, 고통을 피하고 쾌를 추구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이제 세계는 보편성에 입각하여, 모든 국가가 타국의 고통을 이해하며, 나아가서는 자연전체의 고통까지 배려하는 국제 사회로 나아가려 한다. 세계 인권 위원회가 전자의 대표이고, 그린피스가 후자의 예이다. 이제 지도층은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목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제시문 (가)에서 현재의 걸음은 후대의 걸음에 영향을 주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누구도 자신의 후손이 비인간적인 무한 경쟁 시대 속에서, 환경이 파괴된 지구에서 살아가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지도층이 걸어야 할 길은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는 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의 지도층은 안으로는 사회적 약자와 강자 사이의 갈등을 조절함으로써 밖으로는 민족과 국가를 넘어선 인류애적 정신을 발휘함으로써 내외적 통합을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 이황은 ‘오늘의 개량’에 매몰되는 급급함을 넘어선 ‘내일의 건설’의 소중함을 역설한 바 있다. 내일의 가치를 인식하는 지도층이 이 나라, 이 세계에 도래하길 소망해 본다.

▲ 최종선 대전외국어고등학교 교사
▲ 최종선 대전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총평]대전외국어고등학교 최종선 교사

지난주에 새 정부가 출범하였고 어느 때보다 지도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때이다. 이번 논제는 지도층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논하고 있다. 먼저 제시문을 통해 지도자의 가치관과 자세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주관적 견해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박유진 학생은 숭례문 방화사건이라는 시사적인 사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국가와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원망과 분노라 하여 지도층이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며, 본문의 ‘배의 순항’과 ‘물의 잔잔함’을 현 사회에 견주어 제시한 것은 인상적인 부분이다.

또한 제시문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화라는 현대 사회 속에서의 바람직한 지도자의 모습을 ‘사회적 갈등의 통합과 민족을 뛰어넘는 인류애 정신’을 갖춘 인물로 그림으로써 창의적인 답안을 작성한 것도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단, 제시문 (나)를 분석한 부분에서는 중요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군주란 물 위를 지나가는 배와 같다’고 언급한 사람이 ‘이황’이라 하였다. 제시문 (나)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이 글은 남명 조식 선생과 퇴계 이황을 대조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앞에 제시한 말은 이황이 아닌 조명의 언급이다. 마지막 문단에서도 이와 비슷한 실수가 나타나 있는데, 제시문 분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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