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신진항에서 배를 타고 30여분 이동하자‘가의도`라는 아름다운 섬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정박 후 내린 이곳 역시 지난해 12월7일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었다.
이날 마을로 향하는 2개의 어귀 중 한 곳에서는 방제업체들이, 다른 한 곳에서는 60여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방제작업에 한창이었다.
방제업체 관계자들은 오염된 자갈을 굴삭기로 퍼올려 60도 이상의 물에 씻는 작업을, 평균 70세 이상의 주민들은 나란히 일렬로 앉아 빈틈없는 방제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 기름 때로 뒤덮인 가의도 마을 자갈의 모습. |
주민들은 “타 지역의 방제 진척율이 80% 이상이라면, 이곳은 여전히 30% 이하에 머물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자연산 홍합 채취와 어로 등 본인들의 생업에 종사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고 했다.
하지만 보험사와 관계 당국간 원활치 못한 협의로 인해 사정은 점점 좋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 가의도 주민들에게는 외딴섬의 특성이 반영된 일당 6~7만원의 복구활동비가 지급됐지만, 1~2월 일당은 여전히 지급되지 않고 있다.
주민 모두가 생업 활동과 민간 자원봉사자를 대신해 방제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현재는 돈줄이 끊긴 상태다.
▲ 일렬 횡대로 줄지어 방제작업에 열중인 주민들 모습. |
가의도는 사고 발생 후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남면과 안면도로의 기름확산을 온 몸으로 막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최대 피해지역으로 남았다.‘총알받이`가 되고도 관계 기관들의 외면 속에서 여전히 사고 휴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셈이다.
주종복 마을이장은 “타 지역에 버금가는 방제작업 여건 마련과 2개월간 끊긴 생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외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섬지역에 대한 홀대가 너무 심하다”고 성토했다.
사고 발생 후 100일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 가의도 주민들이 학수고대하는 화창한 봄날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졌다.
한편 가의도는 태안반도로부터 5km 가량 떨진 근흥면 가의도리에 위치했으며, 이곳에는 평균 연령 70대 이상 74명(42가구)이 거주하고 있다. 해안선 길이 10km, 면적 2.19km 규모의 섬지역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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