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숙 대전.충남중소기업청장 |
그 예로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지난 설 연휴 말미에 발생하여 온 국민을 놀라게 했던 숭례문 화재 사건만 해도 그렇다. 숭례문을 개방하지 않았더라면, 개방을 했으면 경비라도 제대로 하였더라면, 경비는 철저히 하지 못했어도 범인이 침입을 했을 때 제때 출동만 했더라면, 아니면 불이 난 뒤에 상황파악만 빨리 되었더라면, 그보다 먼저 우리 국민 모두가 평소에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제대로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였더라면 등등 그러나 이중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통한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불타버린 현장에서 새삼 통곡을 하던 이나,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가슴 아파했던 우리 모두가 어쩌면 이번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만일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제 다시 도둑 이야기로 돌아가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 지금이야 달라졌으나 농경시대의 소의 위상은 지금의 산업기술에 버금갔다. 도둑에 의한 피해는 개인은 말할 것도 없지만 기업이 산업기술을 도난당하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가 있다.
자동차, 반도체, PDP, 조선공업 등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후발 국가들의 기술 빼내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기술선진국들 또한 그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을 주시하고 있어 관련 대기업들은 전사적으로 보안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대개 유형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방비는 철저히 하지만 산업기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의외로 허술하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조사에서 충청지역 중소기업의 산업기술유출을 경험한 기업이 조사대상 기업의 18.6%에 이르러 전국평균을 웃돌고 있다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간의 기술유출도 우려해야 할 사안이지만 국내 기업 간에 유출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본다. 막대한 기술개발비와 인력을 투입하여 개발한 핵심기술도 단 5분이면 빼내갈 수 있는 반면 일단 기술이 유출되었을 때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산업보안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보안장비 개발능력과 그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통합 보안장비나 단위솔루션 및 중소기업용 보급형 응용기술개발은 물론 바이오기술(BT)과 정보기술(IT) 등을 융합한 인식기술 등 관련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우수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가능성을 정밀 진단하고 그 대책수립을 설계하며 기업 환경에 적합한 보안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시행하게 되므로 관련 기업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바란다. 산업보안사고의 출발점은 결국 사람이라는 시각이 있다.
아무리 철통 같은 보안시스템을 구축하여도 작정하고 빼내기로 하면 이를 막기는 쉽지가 않다. 저녁 끼니 끓일 것은 없어도 도둑맞을 것은 있다고 하였는데 하물며 훔쳐갈 고급기술이 있다면야 더 말할 나위 없다.
따라서 기업인이라면 산업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시스템을 강화하면서 CEO자신 그리고 임직원,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보안의식 교육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주인이 집을 지키지 못하면 문단속이라도 철저히 하여 도둑이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를 잃어버린 데는 주인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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