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중]재료에 원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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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중]재료에 원죄 없다

[중도춘추]김억중 건축가·한남대 교수

  • 승인 2008-03-06 00:00
  • 신문게재 2008-03-07 20면
  • 김억중 건축가·한남대 교수김억중 건축가·한남대 교수
▲ 김억중 건축가·한남대 교수
▲ 김억중 건축가·한남대 교수
수많은 재료들 중에서, 철근 콘크리트만큼 만인의 저주를 받고 있는 재료가 또 있을까? 이 땅의 수많은 시인들조차도 콘크리트를 현대 도시의 비인간성, 풍경의 삭막함을 은유하는 대표적인 소재로 손꼽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콘크리트는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 재료 자체에 구제불능성 원죄가 옴팍 씌워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콘크리트도 알고 보면 저 로마시대 때부터 인류가 써오던 재료 아닌가? 그토록 몹쓸 재료였다면 어찌 이 땅에 발붙이고 수 천 년을 견디어 왔겠는가?

값비싼 재료를 썼다고 해서 좋은 집, 아름다운 집이 보장되지 않는 것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죄를 물으려면 재료를 제대로 못쓴 사람에게 물으면 되는 것이지, 재료 자체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콘크리트 건물의 대안처럼 떠오른 흙집이나 황토벽돌집, 통나무집도 마찬가지다. 그런 재료를 선택했다고 해서 곧바로 환경친화건축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이라 하더라도 주변 환경과 대지의 순리에 적응하지 못하면 모두가 허사로운 일이다. 행여나 마음으로 그려왔던 그림 한 컷은 얻었을지 모르나, 진정한 ‘웰빙’의 혜택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닥장판에 황토를 어떻게 발랐든, 벽지에 무슨 이온이 발생하도록 했다한들, 자연의 총체적인 시스템 안에서 함께 호흡하는 집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그저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눈꼽만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값싼 재료에 대한 거부감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재료를 썼다고 해서 집이 반드시 천박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지레짐작이요 편견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되는 조립식 건물일 게다. 조립식 집도 마음만 잘 먹고, 재료를 잘 쓰면 얼마든지 훌륭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집이 집다워 진다.

정작 비싼 것은 재료가 아니라 재료를 쓰는 이의 값비싼 아이디어에 있을 것이니 말이다. 재료를 쓰되, 적재적소에 제대로 써서 그 유효기간을 최대한 늘려 과잉소비를 억제하고 재활용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이 땅의 ‘집’을 좌지우지 경영하는 아줌마들이여! 어떤 재료가 절대적으로 좋다는 식의 편견을 거두시라! 특정 재료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나 거부감에 휘둘리거나, 필요 이상으로 낭만적 취향을 고집하여 건축의 본질을 피해가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않으시길.

본시 재료 자체에 굴레처럼 씌워졌던 혐의 또한 한갓 고정관념에 불과한 것. 결국 철근콘크리트를 쓰되, 일말의 허례허식 없이 구조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건축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 어찌 그릇된 것일까. 그리하여, 그에게 부당하게 지워졌던 원죄의 사슬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것 또한 기꺼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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