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방대학은 여전히 표정이 어둡다. 대기업들이 학력과 나이, 전공, 학점, 지역 등과 무관한 새로운 방식은 열린 채용에 나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지방대 출신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12개 업종별 매출 10대 기업, 12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2008년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79개 기업 중 올해 채용계획이 정해진 곳은 48개사(60.8%)다.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비율(31개사, 39.2%)도 높게 나왔지만, 전년 대비 채용규모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채용계획을 정한 48개 대기업이 올해 뽑을 인원은 총 1만5605명으로, 지난해 1만4621명에 비해 6.7% 증가한 규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요 그룹사의 채용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채용계획을 정하지 못한 삼성, LG, 하이닉스 그룹을 제외한 10개 주요 그룹(현대기아차, SK, 롯데, GS, 금호아시아나, 한진,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신세계) 중 8개 그룹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인원을 뽑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2개 그룹도 전년수준의 채용할 예정이며, 줄인다고 답변한 곳은 없었다. 채용규모가 1만1400명으로 지난해 채용인원(1만90명)보다 13.0%나 늘어났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들에겐 여전히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다. 이는 사립대로 갈수록 더 심하다.
지난해 A대학의 경우 2000여 명의 졸업생 중 대기업에 취업한 인원은 249명으로 13.2%에 불과하다. 43.2%가 중소기업에 취업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대기업 취업률은 더 낮을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일부 대학의 경우 대기업 채용 통계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을 정도다. 낮은 취업률은 대학 이미지에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000여명 중 550여명이 대기업에 취업한 충남대에서 연간 열리는 대기업 취업설명회는 200여 건이다. 일부 지역 사립대의 경우 10건도 안된다. 사립대 졸업생들의 대기업 취업이 힘겹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학점과 자격증, 나이, 전공, 어학 능력 등을 따지지 않는 이른바, 열린 채용도 소용없을 정도다. 적잖은 대기업들이 까다로운 조건 없이 잠재력과 열정을 가진 인재 선발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지방대생에게 대기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대학생 최모(25)씨는 “2년 동안 수십 차례나 원서를 냈지만, 1차 통과도 어렵다.”라며 “실력이 모자란 것도 인정하지만, 실제 합격하는 상당수가 서울 주요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사실 포기했다”고 말했다.
모 대학 관계자는 “열린 채용이라고 하지만, 학점과 토익점수, 각종 자격증은 기본인 만큼 까다롭다”며 “인맥과 학맥 등도 사라졌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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