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성빈 유성고등학교 교사 |
글로벌 시대에 영어교육의 강조는 지나침이 없다. 영어는 외국어가 아니라 국제어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원도 없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외국과의 교류 없이 살아남기 어려워 한글문서보다 영어로 쓰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사이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와 수학마저도 영어로 가르치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한다는 기상천외한 교육정책까지도 거론되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정신과 일제침략 하에 창씨개명 우리말 지키기 위한 노력도 영어로 배워야 할 판이다. 이것은 영어실력 향상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영어로 설명하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나 한글의 정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우리말로 설명한다 해도 어려운 수학과 물리의 함수나 힘의 역학을 어떻게 영어로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한글은 표음문자라서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다. 그러나 한글을 올바르게 제대로 사용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일제말기 황국신민화정책 추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셀 조짐이다.
영어강화정책을 논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과연 영어가 공부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영어가 일부 특수직종(학자, 기자, 외교관)을 제외한 다수에게 외국어가 필요한 것은 교역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4000만 인구 중에 약 1/40정도 100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국어의 어휘조차 다 형성되지 않은 초등학교부터 전 학생들에게 영어 몰입교육을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교육광풍인 나라에서 대학입시와 연관된다면 서울 강남과 지방 대도시 일부에서 일고 있는 조기유학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한다. 고작 5년에 불과한 정권이 불확실한 100년을 뜯어고치겠다는 사고는 독선이다. 미래를 전혀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새 정부는 영어강화교육이전에 국어와 역사교육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1세기에 중요한 것은 교역보다 문화의 콘텐츠다. 새 정부의 몰 입식 영어교육정책에서는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없다. 새 정부는 영어보다 더 중요한 국가 경쟁력이 문화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한 나라를 식민지화 할 때 최우선 정책이 그 나라의 언어를 말살시키는 것이다. 언어는 나라와 민족의 역사와 혼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한 덴마크 부흥에 기여한 교육자 그룬트비히는 그 나라의 말과 그 나라의 역사가 아니고는 그 민족을 깨우칠 수 없다며 나랏말 교육을 통해 덴마크 지도자를 육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정신이요, 그 나라의 여러 문화의 형태의 뿌리라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버그먼 교수는 의사소통능력이란 단순한 언어 능력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지식과 배경지식을 포함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영어가 만병통치인양 떠들게 아니라 전반적인 의사소통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질 높은 국어역사교육의 바탕 위에 세계화에 걸 맞는 영어강화정책을 추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