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석희 충남도 도의새마을과장 |
나눔과 봉사로 상징되는 자원봉사는 기독교의 자선정신에 기원을 둔 것으로, 19세기 영국에서 사회악과의 싸움을 위해 동원된 지원병(volunteer)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자원봉사는 서구문화의 유산으로 인식돼왔으며, 정부에서 자원봉사와 관련된 법과 제도 등 활동기반을 마련하고 자원봉사문화 확산에 주력한 지도 불과 수년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로 그 기반이 일천하다.
하지만 농경생활과 유교문화에 바탕을 두었던 우리나라는 어느 사회보다 상부상조(相扶相助)와 십시일반(十匙一飯) 정신이 강했다. 서구의 자원봉사가 가진 자로서 이성적 판단에 의한 시혜에 기초한다면, 우리는 일상적으로 생활화됐다는 점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 실제 이웃의 어려운 사정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 전국 각지에서 기부와 격려가 줄을 잇고, 한동네 주민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는 흐뭇한 미담을 우리는 자주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구미선진국의 절반 정도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선행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 자원봉사활동이 통계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고, 그동안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날로 심각해져가는 이기주의와 경쟁에 찌들어 남을 배려할 만큼 마음의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지난해 말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를 통해 우리국민의 놀랍고도 위대한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대참사로 서해안 주민들이 망연자실할 때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희망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은 바로 백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금 모으기 운동처럼 금을 팔아 얼마간의 수익을 얻는 것도 아니고, 월드컵 응원처럼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맛볼 수도 없는 그야말로 한숨과 고난의 현장에서 우리국민은 너나할 것 없이 힘을 모았다. 덕분에 서해안 주민들은 희망과 용기를 되찾고 있고, 가슴 뿌듯한 감동과 국가의 밝은 미래를 향한 굳건한 신뢰와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역사적 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과 자세일 것이다. 제도나 체제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되살려 훈훈한 정과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연기자이자, 민간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 국제구호활동을 펴고 있는 김혜자씨가 지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에는 자원봉사와 관련한 교훈적인 예화가 하나 실려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가난과 불행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다 못한 한 여인이 신에게 “왜 당신은 이 사람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건가요?”하고 항의하자, 신은 “그래서 내가 널 세상으로 보내지 않았는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함께 나누는 세상’을 통해 충남 자원봉사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일궈 나가야 할 이 때에 어쩌면 신은 똑같은 소명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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