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 |
브랜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이름이 바로 기업과 상품 자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소비자는 낯선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제품을 냉정하게 외면한다. 고가 `고급의 제품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강해서 기존의 시장에 신규사업자가 진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의 벽을 넘는데 10년 가까이나 걸렸던 것도 남의 상표로 물건을 만들던 하청경제 단계를 벗어나 고유의 상표로 세계시장에 승부를 걸기가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품질과 가격이라는 전통적인 경쟁방법 이외에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격과 품질경쟁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승패를 가르는 것은 기업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워낙 고가의 상품이고 수십 년간 경험을 축적한 기업이 많아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전도시개발공사가 아파트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을 때 주변에서는 과연 기존업체들이 구축한 철옹성 같은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심스런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개발공사는 ‘드리움’ 브랜드를 개발해 2003년에 1200여 세대를 성공리에 분양했고 작년 말에는 ‘트리풀시티’ 아파트 1898세대를 높은 경쟁률로 청약완료해 전국적인 미분양사태를 무색하게 했다. 어째서 도시개발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이름이 각기 다르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시장상황과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해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는 것은 브랜드 마케팅의 기본이다. 드리움이든 트리풀시티든 분양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든 뽑아들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을 도시개발공사는 두 개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드리움은 영어단어 dream을 한글로 변형해 표기한 것으로 꿈돌이(대전엑스포 마스코트), 한꿈이(대전시 캐릭터) 등 대전을 상징하는 ‘꿈’字 항렬의 막내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집마련이나 가족행복 같은 소시민이 갖고 있는 소중한 꿈을 키워가는 집이란 의미다. 트리풀시티(treefull city)는 글자 그대로 나무가 가득한 도시다.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자연과 환경이라는 주거 선택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또 대전시가 지향하는 푸른 도시와도 부합하는 이름이다. 평수의 넓고 좁음에 따라 이름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야말로 우문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대덕구 송촌동에 있는 송준길선생의 별당은 항상 봄과 같다는 의미로 선생의 호를 따라 동춘당(同春堂)이란 집이름[堂號]이 붙여져 있다. 다산 정약용선생이 태어나고 돌아가신 고택의 당호는 여유당(與猶堂)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세상을 살아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처럼 집이름에는 집주인의 인격과 철학이 담겨 있어 함부로 작명하는 법이 없었다.
주택은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가족의 꿈이 영그는 공간이고 내일의 창조를 위해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그래서 주택의 브랜드는 일반상품과는 달리 사랑과 희망이 느껴져야 한다. 더구나 공기업이 공급하는 아파트의 브랜드는 상업적 메시지보다 공익적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 드리움과 트리풀시티에 사는 모든 분들이 집이름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소망을 실현할 수만 있다면 도시개발공사의 브랜드 농사는 그 자체로 대풍작이 아닐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