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동호 한밭대 총장 |
인류의 역사는 재해와 함께해온 역사라 할 정도로 각종 재해는 끊임없이 인류사회를 괴롭혀 왔다. 특히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와 전쟁과 같은 인간이 만든 각종 재난으로 점철되어 왔다. 다행스럽게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자연재해는 상당부분 감소하고 있으며, 민주화와 함께 국가간의 화해와 평화공존으로 전쟁의 피해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공업화는 부를 가져왔지만 위험을 선물하였다’는 울리히 벡의 경고처럼, 산업화로 인해 새롭게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바로 안전사고다. 공업화로 인해 산업재해가 양산되었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한 각종 교통사고, 건물이나 교량의 붕괴, 가스폭발, 대형 화재사고 등 신종 안전사고의 피해는 가히 자연재해나 전쟁 못지않게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날의 안전사고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을 수반하는 자연재해와 달리, 세심한 주의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선진국에 버금가는 안전기준의 확보가 필요하다. 숭례문 화재에서 보았듯이, 사고의 예방이나 수습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기준 조차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동안 우리사회는 경제적 효율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안전기준을 채택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각종 법규에 산재해 있는 안전기준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고예방에 필요한 충분한 안전기준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안전관리 행정에 있어서의 효율성 확보가 시급하다. 법규 속의 안전기준들이 형식적 행정으로 인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고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형식적 행정과 감독부실이 인력부족에 의한 것이라면 인력충원을 해야 할 것이고, 혹여 뇌물 등 부패로 인한 것이라면 연루자에 대한 엄중한 사법처리로 안전문제 만큼은 법을 어기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철저한 안전교육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대부분의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고의 위험이 있는 일을 하는 작업자에게는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안전이 생활이 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안전 관련 현장에는 충분한 교육을 받은 관리자가 배치되고, 작업자들에게 역시 충분한 안전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켜주는 교육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인한 안전문화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일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제 모든 시민들이 조급증을 떨쳐버리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조급한 마음에서 생긴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에게 많은 사고와 고통을 가져왔다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철저한 ‘안전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사회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안전을 확보해주는 것이 나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임을 깨달아, 사소한 일에도 항상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와 배려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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