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희 송강중 교사 |
“안녕하세요? 저는 혜정이 엄마예요.”
“네, 안녕하세요. 급한 일이 있으시면 전화로 하시지 직접 학교에 오셨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잠시 머뭇거리던 혜정이 어머니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혜정이 동생이 1학년에 입학했어요. 아이들 학급을 위해 할 일이 무얼까 고민하다 점심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는 아이가 있다는 혜정이 말에 선생님께 의논드리러 왔어요. 그 아이는 점심을 어떻게 하나요? 부모가 없나요? 혼자 사나요? 집이 어렵나요?”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혜정이 어머니의 눈빛에서 진심 어린 정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그 마음이 담임인 내 마음과 꼭 닮은 것만 같아 고마움이 앞서 생겼다.
“네. 도시락을 가끔 못 갖고 오는 아이가 두 명 있어요. 저희반 아이와 그의 남동생인데, 아버지와 세 식구가 살고 있어요.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미장일을 하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다녀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집에 오는 날 한 달간 먹을 반찬을 미리 준비해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을 해서 갖다 줍니다.”
듣고 있던 혜정이 어머니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불쑥 “그럼 제가 반찬을 맡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배달해 줄게요. 선생님 고생이 많으실텐데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급하게 자리를 뜨려고 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죄송한데요. 혜정이 어머니께서는 모른 척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사실 그 아이들은 제가 반찬을 갖다주는지 몰라요. 아버지가 주문한 반찬이 배달되는 것으로 알거든요. 지금은 아이들이 예민한 사춘기라 걱정이 됩니다. 혹시 마음에 상처라도 입으면 굶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혜정이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다 아이들 점심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두 개의 도시락은 배달됐다. 그리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혜정이와 우리 반 아이들은 졸업을 하게 됐다.
도시락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졸업할 수 있었던 것만 같아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혜정이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감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정이 어머니는 혜정이 동생이 졸업할 때까지 우리반 아이의 동생 도시락까지 계속 배달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 3년의 시간 동안 혜정이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해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가끔 행정실 복도에서 마주쳐도 그냥 미소만 남기고 교문을 나섰다.
요즈음 ‘교권 침해다, 학부모 치맛 바람이다’ 해서 시끄러운 교육 현실 속에서도 혜정이 어머니가 배달해줬던 그 도시락 속에는 여전히 온기와 사랑으로 가득차 있으리라.
“혜정이 어머니 고맙습니다. 뵙고 싶네요. 혜정이 어머니 어디 계세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