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혜 여성긴급전화 대전1366 소장 |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면서 ‘폭력방지’라는 단어 대신 ‘인권’이나 ‘복지’라는 단어를 넣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우려해 조용히 내실을 기하면서 시작하기 위해 폭력방지라는 말로 한정시켰다.
우리의 뜻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그리고 성매매여성 등 개인적인 손상을 받아온 직접적 피해자 뿐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아오면서 가부장적인 가치를 내면화하고 살아가는 간접피해자인 대부분의 여성들의 인권을 조용히 때로는 목소리 높여 지키고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근자에 많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이, 여성들의 인권이 너무 높아졌다고 들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 속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남성 절대 권력은 생각하지 않고.
사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전문직에 여성들의 수가 많아지고 경제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가사, 육아 등 기존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관념에 비춰보면 분명 변화가 있고 이제야 그 동안 숨죽여 지내던 여성들이 밖으로 조금씩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이 곳에서 보면 아직도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뿌리 깊게 박혀있어 이것을 탈피해 나가지 않으면 여성들 뿐 아니라 남녀 모두의 삶이 억압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차별과 양성평등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들이 있다. 우리 여성들이 작은 목소리라도 낼 수 있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끊임없이 주장하며 애써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급변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그동안 가부장적사회에서 당한 불평등과 성차별을 하루아침에 불식시키려 해서는 안 되겠다. 조급하면 그만큼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루고 여성인권을 당당히 누리려면 여성운동가들이나 상담가들이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피해자라고 느끼지 않고 당연한 것이라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예로 이주여성 문제를 다루면서 여성인권에 관한 주장이 무조건적이어서는 안 되겠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여성들의 인권문제에 맹목적으로 초점을 맞추다 보면 위장결혼을 하는 이주여성들에게 이용당하고 남성피해자가 생기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남녀의 성역할이 선천적으로 규정지어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어지고 서로서로가 인정하는 진정한 양성평등이 이루어 질 때 남녀 모두 자기결정권과 경제적 자립과 감정적 독립을 이루어 낼 수 있고 그런 사회 안에서 여성도 남성도 자아실현 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전지역 여성폭력방지 상담소 ·보호시설협의회는 조용히 그렇지만 힘 있게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새롭게 나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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