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순 친환경상품조달구매촉진재단 상임이사 |
우리는 여러 국가들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와 가깝고 우리나라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는 일본을 보자. 일본경제는 1990년대에 들어서 장기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됐다. 그 이유가 한 가지라고 볼 수는 없다. 일본은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관세를 낮췄고 유통구조는 폐쇄적이었으며 중국산 저가제품의 수입에 의해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심화했다.
또한, 투자된 실물자산의 붕괴와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막고자 기업들의 대출을 죄기 시작하면서 기업 부실화를 가져왔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의 대응이었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춰왔던 일본 정부는 경제가 악화해가고 있었는데도 불구,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금융정책은 한계가 있었다. 또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어렵게 만든 재정자금이 정치논리에 의해 불필요한 사업에 방만하게 투자됐다. 즉 정부 주도의 경제 운용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이에 일본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업은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적은 매출로 이익을 내는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불황인데도 연구개발과 생산혁신을 통해서 제조 기반을 강화시켰다.
여기에 발맞춰 고이즈미 정권 이후 일본 정부는 재정투입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 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했으며, 정부 스스로 조직 개편 및 민영화 등의 개혁조치, 기업관련 세제 개혁을 취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더라도 기업 스스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만들 수 있다. 기업의 의욕을 북돋아 주어 경제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정치의 중대사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바로 태국이다. 태국정치의 불확실성이 경제 불황이 왔으며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하반기부터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조정됐다. 각종 경제 전망 역시 마찬가지다.
태국은 쿠데타와 같은 정정불안이 결국 경제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바트화 절상과 정치 갈등으로 인한 사회 불안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감소했다. 이에 태국 정부는 외환통제, 외국인 투자법 개정과 같은 중요 경제정책을 갑작스럽게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시장의 혼란만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정치 상황의 불안이 경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쳤던 것이다. 태국과 같은 정치가 불 한정한 환경에서는 기업이 살아날 수 없으며, 경제 역시 살아날 수가 없는 것이다.
경제와 정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경제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할 수 있겠다. 안일하고 개개인의 이익,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기업, 국민, 경제를 생각한 정책들로 이뤄진 정치 환경이 밑받침 돼줄 때,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펼쳐 낼 수 있고, 경제 역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는 세계 시장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역시 경제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현시대는 글로벌시대이고 이것은 무역, 사업, 시장 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치 환경 즉 정책 역시 글로벌 시대에 맞게 펼쳐 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모든 정치 환경을 생각하고 결정할 때 우리 ‘한국`이라는 좁은 시야와 개념을 벗어나서 세계를 보고 정책을 펼쳐야만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 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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