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환 대전문예전당 관장 |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 같아 나는 바둑을 예로 들어 설명을 시작한다. 중요한 타이틀전이 TV로 중계된다고 할 때 바둑의 문외한에게는 장시간동안 거의 정지상태에 있는 이 중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뿐더러 지루함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급수가 높은 사람들은 흰 돌과 검은 돌이 한 수 한 수 두어질 때의 변화에 따른 수많은 상상을 하면서 감동과 희열을 느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사례인데, 나는 우선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음악은 어떻게 들어야 하는 것일까?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 혹은 그에 못지않은 수준의 음악애호가들은 섬세한 프레이징 처리, 긴 호흡, 자로 잰듯한 아티큐레이션, 완급 조절의 타이밍, 음색의 뉘앙스와 같은 단어를 섞어가며 연주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말한다. 입문단계에 들어서는 분들을 미리 질리게 할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적 표현을 구사할 수 있고, 그러한 표현에 공감해야 만이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로 표현할 줄 몰라도 음악에 심취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음악은 눈을 감고 들어도 그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덧 자신에게 각인되고, 이 과정이 거듭되다보면 나름대로의 ‘듣는 귀’가 생긴다. 음악이 바둑이나 여타 예술장르보다 훨씬 접근이 용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의 대학 시절 은사께서 모 출판사의 의뢰로 위의 질문에 답을 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삽화가 곁들여진 아동용 책이었다. 이러 저러한 설명이 있지만, 그 책에서 말하는 대답은 결국 “무조건 1000번을 들어라”였다. 황당한 답변같지만 음악의 속성을 아는 나로서는 수긍을 하기도 한다.
다만, 나는 여기에 덧붙여 여러분들에게 약간의 투자를 권유하고자 한다. 공연 광고나 안내에 나와 있는 연주자와 연주 프로그램에 대하여 사전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우선 할 수 있는 일이다. 해당 작품의 작곡가는 어떤 사람인지 조사해보고, 가능하다면 여러 연주자들의 음반을 비교하며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미세한 차이점을 느끼는 순간 여러분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경지에 오른 음악애호가다. 그리고 공연장을 방문하여 실황의 긴장과 감동을 경험할 때 음악은 이제 여러분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중요한 취미가 되어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