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음악을 취미로 삼아보세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용환]음악을 취미로 삼아보세요

[문화초대석]김용환 대전문예전당 관장

  • 승인 2008-02-24 00:00
  • 신문게재 2008-02-25 20면
  • 김용환 대전문예전당 관장김용환 대전문예전당 관장
▲ 김용환 대전문예전당 관장
▲ 김용환 대전문예전당 관장
나는 이런 저런 연고로 클래식 음악애호가들을 대상으로 가끔 특강을 하곤 했다. 이분들 중에는 감수성이 있고 음악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분들도 다수 있지만, 이제 막 입문 단계에 들어선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어떻게 하면 음악을 듣고 즐길 수 있지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단번에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없는,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 같아 나는 바둑을 예로 들어 설명을 시작한다. 중요한 타이틀전이 TV로 중계된다고 할 때 바둑의 문외한에게는 장시간동안 거의 정지상태에 있는 이 중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뿐더러 지루함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급수가 높은 사람들은 흰 돌과 검은 돌이 한 수 한 수 두어질 때의 변화에 따른 수많은 상상을 하면서 감동과 희열을 느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사례인데, 나는 우선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음악은 어떻게 들어야 하는 것일까?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 혹은 그에 못지않은 수준의 음악애호가들은 섬세한 프레이징 처리, 긴 호흡, 자로 잰듯한 아티큐레이션, 완급 조절의 타이밍, 음색의 뉘앙스와 같은 단어를 섞어가며 연주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말한다. 입문단계에 들어서는 분들을 미리 질리게 할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적 표현을 구사할 수 있고, 그러한 표현에 공감해야 만이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로 표현할 줄 몰라도 음악에 심취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음악은 눈을 감고 들어도 그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덧 자신에게 각인되고, 이 과정이 거듭되다보면 나름대로의 ‘듣는 귀’가 생긴다. 음악이 바둑이나 여타 예술장르보다 훨씬 접근이 용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의 대학 시절 은사께서 모 출판사의 의뢰로 위의 질문에 답을 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삽화가 곁들여진 아동용 책이었다. 이러 저러한 설명이 있지만, 그 책에서 말하는 대답은 결국 “무조건 1000번을 들어라”였다. 황당한 답변같지만 음악의 속성을 아는 나로서는 수긍을 하기도 한다.

다만, 나는 여기에 덧붙여 여러분들에게 약간의 투자를 권유하고자 한다. 공연 광고나 안내에 나와 있는 연주자와 연주 프로그램에 대하여 사전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우선 할 수 있는 일이다. 해당 작품의 작곡가는 어떤 사람인지 조사해보고, 가능하다면 여러 연주자들의 음반을 비교하며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미세한 차이점을 느끼는 순간 여러분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경지에 오른 음악애호가다. 그리고 공연장을 방문하여 실황의 긴장과 감동을 경험할 때 음악은 이제 여러분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중요한 취미가 되어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