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전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 |
필자도 직업상 교단에서 영어는 아니지만 외국어(독일어)를 가르치는 입장에 서있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없을 수 없어 조심스럽게 밝히자면, 이번 논란은 행정권을 가진 이들의 경박, 무지, 경솔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먼저 왜 영어몰입교육인가 하는 것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확실히 섬 아닌 섬나라에 왕성한 무역활동에 의존하여 국가 경제를 유지해야하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하면 다방면의 세계화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유행하는 말로 우리나라는 소위 여러 방면에서 ‘허브(Hub)’의 기능을 나라 전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중요 수단 중의 하나가 세계어인 영어인 셈이다. 따라서 이 좁은 나라에 유형이든 무형이든 가능한 많은 외국인들의 왕래가 있어야 하고 이를 촉진시키려면 소통수단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아마 이런 논리로 앞의 문제가 제기 되었을 것이다.
인수위원장이라는 분이 “고등학교만 나와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도록 영어교육을 강화 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때의 영어는 그렇게 수준이 높지 않은 말하기 듣기 쓰기 영어 능력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를 위해 수 조원의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을 용의가 있다고 천명한다.
이런 그들의 의욕에 문제가 있다. 먼저 왜 전 국민이 영어에 능통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비영어권의 나라 중에서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보다 잘 산다”라고 쉽게 말해버리는 당선인의 날아갈 듯한 발언은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한다. 그것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거기에 투여되는 비용의 효용성을 따져 봐야 한다. 그저 폼나게 영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은 아니니까 말이다.
둘째, 제시된 실천 방안으로 영어권에서 공부한 사람이나 장기 체류한 이들 중에서 영어 능력이 있는 이들을 활용한단다. 이건 교육의 ‘ㄱ’자도 모르는 자의 망발이다. 언어는 그저 기술이 아닌 인격과 심성이 배어있어야 할 도구다. 또 사람을 가르치는 과정은 컴퓨터가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과 다르다. 그래서 교사라는 전문 직종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전문성을 무시한다는 건 교육의 근본을 부정하는 일이다.
셋째, 세계화를 위한 영어교육은 진정으로 영어 능숙한 자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성하고 이들을 통해 대한민국 전반 영역에서 내용물이 충분히 갖춰져야 하지, 항간에 이야기 되는 방식으로 할 일이 아니다. 몇 마디의 매끄러운 영어 대화 보다 알찬 내용을 담은 텍스트들이 생산 보급되어야한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 의욕이 넘치기 마련이다. 한 나라의 일을 새롭게 시작할 때야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한 걸음 한 걸음이 진중해야 한다. 영어 문제 뿐이 아나라 한반도 대운하 계획도 참을 수 없는 경박함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사건은 경박함에 대해 깊이 새겨야 할 섬뜩한 경고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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