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만 금강유역환경청장 |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태안 해안에 검은 재앙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애지중지 가꾸어 온 굴 양식장은 기름 범벅이 되어 주민들은 졸지에 생활터전을 잃게 되었고, 기름을 뒤집어 쓴 채 사투를 벌이는 야생 조류의 처절한 몸짓은 안타까움을 더해 주었다.
멀리서 밀려오는 시커먼 원유 밀물을 보면서 누구나 다 이제는 청정해역의 시대가 막을 내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한 곳인 만리포에는 갈매기 울음소리와 뱃고동 소리 대신 지독한 기름 냄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우리 국민은 절망하지 않고 전 세계에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었다. 전국에서 줄을 이어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원유를 퍼담고 바위`돌에 묻은 기름과 타르볼을 닦아내기를 70여일, 100만이나 되는 봉사자들이 영하의 겨울날씨와 칼날 같은 바닷바람을 무릅쓰고 방제한 결과 이제는 태안 해안의 아름다운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검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자원봉사자들의 행렬은 감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우리가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던 갯벌이나 해안은 어패류에게 있어서는 살아가는 서식지이자 먹이 공장이며, 육지로부터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여과해 주고 태풍으로의 완충작용을 해주는 등 갯벌의 가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이다. 230km의 포도송이 같은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며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해안에, 크고 작은 25개의 해수욕장을 품고 있으며 다양한 생물들이 독특한 해안생태계를 구성하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이제는 막바지 방제작업과 아울러 갯벌과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복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 재앙 앞에 죽어가는 수많은 생물들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해야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빠른 시일 내에 태안 해안을 국민들에게 완전하게 돌려 줄 수 있는 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해양생태계를 조속히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모래`자갈`개펄속에 들어 있는 작은 기름 덩이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름제거를 위해서는 자연계의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과 유류 분해 미생물을 투여하는 생물정화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오염정밀조사와 함께 지역 생태 특성에 맞는 방법의 적용이다.
다음에는 정확한 자연생태계에 근거한 복원사업이다. 그간 환경부에서는 ‘1995년에 1차로 자연자원조사를 실시한 후, 매 10년 마다 국립공원의 자연자원조사를 하고 있다(2005년 2차 조사 완료).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2006~2007년 생물다양성 우수, 멸종위기종 서식지 등에 대하여 공원자원 모니터링을 실시하였으며, 조간대`조하대의 해상생태계(저서무척추동물, 해조류 등)와 육상생태계(식물상·식생,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등)의 조사도 이미 마친 상태다.
환경부에서는 갯벌과 인근습지 및 생태`경관 보호지역에 대한 영향여부를 조사하고 피해지역에 사구식물`해조류 등 식재, 해양생물 종묘`살포 등 복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국립공원연구원과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환경과학원과 합동으로 생태계조사단을 구성하여 자연자원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생태계 복원대책 마련을 위해 연구중이다.
생태계복원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과연 몇 십 년 후에 태안해안의 아름다운 환경과 자연생태계를 완전하게 복원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한 번 파괴된 생태계는 무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양환경을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해양환경의 훼손 또는 해양오염으로 인한 위해를 예방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해양환경 조성을 위해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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