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동규 유성구청장 |
그러던 어느 날 한 목사가 불쌍한 마음에 그 젊은이에게 교회의 광고전단지를 그려줄 것을 청했다. 그리고 숙식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교회에 허름한 방을 마련해 주었는데 그곳에는 쥐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얼마 뒤 그 쥐 중에서 한 마리가 세계적 스타가 되었고 그 젊은 예술가도 크게 성공했다. 이 쥐가 바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영화 캐릭터 미키마우스이며 그 젊은이는 월트 디즈니다.
최근 구청 현관에 쥐를 키운다고 했더니 많은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6,`70년대만 하더라도 쥐로 인한 피해가 하도 커서 전국적으로 일제히 쥐약 놓는 날을 정해 쥐 박멸에 나섰으며 쥐꼬리를 잘라오면 10원씩 포상금을 주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처럼 쥐는 우리생활에 도움은커녕 여러 가지 질병을 옮기고 양식을 축내는 등 백해무익한 동물로 치부되어왔다. 이러한 쥐를 구청에서 키운다고 하니 왜 화제가 되지 않겠는가?
쥐는 지구의 남극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아무리 지속적으로 소탕전을 벌여도 그 왕성한 번식력과 끈질긴 생존능력 덕분에 멸종되지 않고 사람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침몰할 조짐이 있는 배나 화재위험이 있는 창고 등에서는 미리 밖으로 나가는 위험 예지력도 뛰어나며 부지런히 먹이를 모으는 근면성과 저축성은 다른 동물에 비해 으뜸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에서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대개 부지런하고 식복을 타고나서 잘 산다고들 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참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지난 IMF금융 위기 때보다도 체감경기가 더욱 어렵다고 한다. 세상 살기가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잃고 지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뭔가 보통생각을 넘어서는 색다른 일로 가슴에 다가와 웃음을 주고 오래도록 즐거운 여운이 남는 일이 있다면 짠한 감동과 함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삶의 목마름을 달래주지 않을까?
바로 이러한 일들을 가리켜 우리는 이벤트라고 하는데 청혼할 때, 생일날, 결혼기념일, 새해 첫 날 등등 뭔가 의미 있는 날이면 멋진 계획과 함께 상대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구청마당에 살아있는 돼지를 길러 주말이면 구경 온 사람들로 구청마당이 늘 북적거렸다.
“삼겹살은 먹어봤어도 살아있는 돼지는 처음 본다” “재미있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는 등등… 도대체 관공서마당에 돼지사육이 말이나 될 법한 이야기인가? 고정관념을 깨는 의외의 발상에 다가온 반응은 흥미만점이었다.
그리고 쥐띠해가 되었다. 과연 쥐를 또 관공서에서 키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구민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일이라면 무엇은 못하겠는가? 비록 그 소재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월트 디즈니가 쥐를 상징하는 만화캐릭터로 미국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듯이 구민들에 잠시나마 세상시름을 잊게 하고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면 이 또한 우리 마음속의 미키마우스가 아닐까?
교량과 도로를 건설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런 이벤트역시 별것 아니라고 여길지 몰라도 사람들에게 이처럼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선사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움은 바이러스와 같다는 말이 있다. 내가 즐거워하면 덩달아 주변사람도 같이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모처럼 쥐띠 해 구청에서 시작된 이벤트가 보는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이지만 그 행복이 에드워드 로렌츠의 나비효과처럼 토네이도가 되어 온 세상으로 번져가는 행복바이러스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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