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 전공 교수.대전문인협회장 |
이른바 애증(愛憎)이라는 개념이 정치를 향한 국민들의 기대와 실망을 요약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외면하기에는 뭔가 아쉽고 막상 대면하면 울화통이 터지고 답답한 심정이 거기있다. 전문 정치인에 식상하여 참신한 새 얼굴을 찾아보지만 오래지 않아 선배 정치인들을고스란히 닮아가는 현실이다.
대학총장과 교수, 법조인, 기업가, 연예인 같은 각계 인사들의 정치권을 향한 관심과 진출 욕구가 점차 거세지면서 국민들의 애증은 깊어만 간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루어 탁월하게 사회에 기여해오던 사람들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국회의원이나 장관, 주요관직에 오른 뒤 기대처럼 크게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가혹하게 말한다면 일회용으로 사용되다가 용도폐기되어 쓸쓸하게 퇴장하는 경우를 적지않게 보고있다. 그것도 정계로부터 제의를 받아 고심끝에 투신하기 보다는 스스로 나서서 이 정당, 저 연줄을 기웃거리며 자신을 세일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고초려(三顧草廬). 모든 것이 조급해지는 이즈음 점차 잊혀져 가는 고사성어의 하나인 삼고초려의 주인공 유비와 제갈량의 품격과 여유, 겸양, 속깊은 헤아림이 그립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중 수많은 인사들이 대선진영에 가세하였다. 그중에는 자신이 봉직하는 대학을 1년간 쉬면서 자원하여 나선 분이 있는가 하면 강의나 연구는 등한시하고 후보자의 정책개발, 선거운동 모임이나 홍보에 열을 올린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로서 자신의 경륜과 지식을 현실정치에 연결하여 실천하고 싶은 의지를 탓할 수는 없다. 자신의 현직을 정치입문의 발판으로 삼는다거나 ‘양다리 걸치기’가 같은 얕은 꾀를 탓하는 것이다.
전문성과 혜안, 비전제시 그리고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감각보다는 합종연횡, 이합집산, 권모술수, 면종복배, 오리무중, 토사구팽, 당동벌이같은 일련의 용어로 요약되는 우리 정치권의 원형질이 아직 건재하고 있다. 여론을 떠보기 위하여 사전에 소문 흘리기,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하고 근거없는 폭로와 주장,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치권과 관료의 부정비리, 배임과 수뢰는 나날이 지능화되고 교묘해진다. 선거철 표를 얻기위해 숙이던 허리는 당선 후에는 4년간 굽혀질 줄 모른다.
국민들의 정치감각과 비판수준은 비록 정치권 혐오라는 바탕을 깔고 있지만 가히 세계수준이다. 촌로가 무심결에 내뱉는 한마디는 정치평론가의 분석을 능가한다. 서민들의 정책 대안 제시에는 해당부서에서 귀기울여 들을만한 현실감과 타당성이 충만하다.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안목이 나날이 높아지는 이즈음 정치권 진입을 꿈꾸는 분들은 모쪼록 긴장하고 더없이 겸허해지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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