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택]우수(雨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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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택]우수(雨水)

[절기이야기]얼음이 녹으려면

  • 승인 2008-02-18 00:00
  • 신문게재 2008-02-19 6면
  • 안순택 논설위원안순택 논설위원
▲ 안순택 논설위원
▲ 안순택 논설위원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눈과 얼음이 녹고 땅속 동물들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니 봄이다. 눈이 비가 되면 봄비다. ‘우수(雨水)`가 바로 빗물이다. 봄비 맞아 꿈틀거리는 게 땅속 동물뿐이랴. 바람도 남풍으로 바뀌고 머지않아 파릇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곧 복숭아꽃이 피고, 산골에선 휘파람새가 울 것이다.

대동강 물도 풀릴 것이다. 변변한 옷도 집도 양식도 없이 몹시 추웠던 시절, ‘대동강 풀리는` 소식은 드디어 또 혹한의 철을 견뎌냈구나 하는 자기암시요 복음이었을 것이니 얼었던 마음도 풀릴 것이다.

“태산이 가로막힌 건 천지간 조작이요/님 소식 가로막힌 건 인간의 조작이구나/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리더니/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평안도 ‘수심가`중에서) 노래처럼 사랑도 풀릴 수 있겠고.

우리 속담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거니와 얼음은 그냥 어는 게 아니다. 옛말에 이르길 ‘추위가 여러 날 계속되지 않으면 서리는 내리지 않으며, 따뜻함이 여러 날 계속되지 않으면 얼음은 녹지 않는다(寒不累時 則霜不降 溫不兼日 則氷不釋)`고 했다. 얼음이 다 녹으려면 우수 경칩을 지나 춘분쯤 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나 혼미와 타락으로 점철된 정치풍토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국민을 갈갈이 찢어놓은 갈등도 하루아침에 불쑥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정부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자면 그만한 의지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고 국민 화합도 보통의 노력가지고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민의 마음에 서리를 내리게 할 것이냐, 우수를 맞듯 녹여줄 것이냐. 대답이야 뻔하겠지만 그러자면 일주일 뒤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안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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