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관]폭탄주 대신 문화로 모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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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폭탄주 대신 문화로 모시자

[독자칼럼]김용관 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 승인 2008-02-18 00:00
  • 신문게재 2008-02-19 20면
  • 김용관 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김용관 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며칠 전 대학로 동숭아트홀 지하에서는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문화로 모시기 운동 홍보 컨설턴트 위촉식` 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 명의 모임이었다.

문화로 모시기 운동은 문화 접대비 제도의 기업 참여 캠페인이다. 향응 위주로 접대하던 과거의 관행을 문화로 모셔보자는 운동이다. 문화로 소통하며 사랑받는 문화,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어나가자는 취지에서 출발 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향후 문화콘텐츠 산업관련 정책수립을 위해 전국 15세 이상 34세 이하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1세기 우리나라 새로운 성장 산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7.3%가 ‘문화콘텐츠 관련 산업`을 꼽았으며 26.7%가 ‘정보통신산업`을 꼽았다. 이 같은 생각은 직업관에도 나타났다. ‘향후 5년 내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는 유망직업군`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콘텐츠 개발자`를 40.6%로 꼽았으며 그 뒤로는 ‘IT전문직`(17.9%)과 ‘변리사 등 일반전문직`(15.9%)을 꼽았다.

이제는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물질과 기술 중심에서 감성과 문화 중심으로 이동하는 ‘문화 경제기반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고 본다. 사회의 선진화는 경제적 발전과 함께 문화적 성숙이 병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문화예술 정책은 곧 행복의 경쟁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육체건강을 위해 기업 구내식당마다 영양사가 있듯이 정신건강을 위한 영양사도 기업에 필요 할 때다. 기업에서 직원들이 행복감을 느낄 때 창의성은 배가 되고 무결점 제품을 만들어 잘 팔게 되는 만큼 하이테크 못지않게 하이터치(high touch)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기업의 문화 소비를 지원하기 위해 문화 접대비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 지난 해 9월부터 조세 특례 제한법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시행되고 있는 법이다.

문화 접대비 제도란 기업의 접대성 문화 지출에 대해 추가로 손비를 인정함으로써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총 접대비 지출액 중 문화 접대비 지출이 3%를 초과하는 경우에 접대비 한도액의 10%를 한도로 추가 손비를 인정해 주는 제도다.

물론 문화 접대비 제도의 일차적인 수혜자는 기업이다. 그러나 기업은 사회 속에서 자라날 수 있는 것이며 기업의 이익은 사회 속에 환원되어야 재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의 문화 지출은 문화예술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체 건강유지에 균형 잡힌 음식섭취가 중요하다면 정신건강은 풍부한 문화섭취가 필요하다.

한 민간단체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접대 문화는 향락 위주의 접대가 절반을 넘는다. 향응 접대가 61.4%로 단연 으뜸이고 운동접대 10.3%, 물품접대 7.7%, 현금접대 10.3%, 문화 접대 2.6%, 관광 접대 7.7%로 문화접대가 최하위를 기록한다.

이제는 폭탄주 대신 문화로 접대 할 때다. 접대비 실명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향응, 물품, 운동 접대 등에 치우쳐 향락 위주의 기업 접대 문화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폭탄주나 향응 등 왜곡된 기업의 접대 문화를 음악, 영화, 예술 공연 등 문화 친화적인 소비패턴으로 유도해야 한다.

날로 경쟁이 심화되는 경제 사회적 환경에서 내 주변이 잘 살아도 실제로 개인은 불안하고 마음 붙일 데가 없어지고 있다. 그 치유책은 결국 문화다. 문화의 세기, 문화가 재화인 시대에 하이테크 못지않은 하이터치에 우리 모두 관심을 모아야 할 일이다. 이제 문화로 모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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