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훈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 |
자연스럽게 먼저 발족된 곳의 이모저모를 배울 수밖에 없다. 요즘말로 벤치마킹이다. 그러다 보니 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 등 산하단체 구성부터 조례, 단체의 규모, 활동양상, 보수체계 등 거의 같다. 형만 한 아우 없다던가? 앞을 따라가다 보니 뒤는 처지고 힘겨울 수 밖에.
공연장 명칭도 마찬가지이다. 시작은 시민회관 이다. 말 그대로 시민을 위한 다목적 장소였을 뿐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적 시민을 위한 개념이 생기고 미적·정서적 가치를 높이려는 정책에 따라 문화회관·예술회관 또는 문화예술회관 이라는 명칭을 도입하게 됐다. 새로운 명칭은 도시의 확대 발전에 발맞춰 큰 규모의 공연장을 건설함으로써 사회적 지향점에 부합하고 전 시대적 행태와 차별화 되는 발전적 의미를 담게 된다.
이제는 문화예술의 전당이라는 명칭이 대세다. 전당이라는 명칭이 주는 느낌은 고품격과 전문성을 지향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이 명칭은 20년 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에 공연·전시예술을 위한 건축물에 처음 사용됐다. 다른 직역에서 이 명칭 역시 따라 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법정싸움에 처해 있을지라도, 문제는 무조건적 따라 하기이다. 지역마다 산수가 달라 인적 재원이 다르고 심성 또한 다를 것은 뻔 한 이치이고 재정적 차이도 있을 법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따라서 한다. 마치 본점과 지점으로 되어있는 체인점인양 느껴진다.
말로는 특성화를 외쳐 보지만 따라 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새로운 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먼저 시행한 곳의 의미도 반감된다.
사실 따로 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큰 줄기의 같은 속에서 다름을 찾고 그 다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활용법을 찾아서 특성화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하기 소중하고 훌륭하다.
음악적 템포를 통해서 같음과 다름에 대한 의미를 느껴 보도록 하자. 음악적 템포는 크게 나누면 느림과 빠름이 있다. 설명하기가 보다 쉬운 느림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안단테 Andante, 아다지오 Adagio, 렌토 Lento, 그라베 Grave는 모두 느림에 속하는 용어이다. 시간적 개념으로는 앞의 것에 비해 뒤의 것이 더욱 느리다.
그러나 시간적 느림 개념으로는 앞의 것에 비해 뒤의 것이 더욱 느리다. 그러나 시간적 느림만으로는 어떤 이미지를 그려내기가 어렵다. 따라서 안단테는 유연하게, 아다지오는 신사답게, 렌토는 넓게, 그라베는 무겁게라는 의미로부터 출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래도 어렵다면 물의 흐름에 견주어 보도록 하자, 유연하게 흐르는 물줄기는 폭이 수 미터 되는 개울물을, 신사답게 흐르는 물줄기는 폭이 수십 미터 되는 시냇물을, 넓게 흐르는 물줄기는 폭이 수백 미터 되는 강물을 무겁게 흐르는 물줄기는 깊은 바닷물을 연상해 보면 흥미 있는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처럼 다름에 대한 의미부여로부터 따로 하기를 시작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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