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여종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 |
중구청이 구)시청사였던 지금의 청사로 이전하면서 빈 터가 된 이 땅은 본래 도시계획시설로 어린이 공원 부지였다. 그래서 대전시와 중구청은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시민들에게 약속한 바가 있다. 바로 그 옛 중구청 터에서 작년 12월 21일 주차장 및 공원조성 민자 유치사업 기공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동안 언제나 공원이 만들어 질지 기다린 시민들에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구청이 원도심 및 대흥동문화의거리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민자를 유치하여 이제 곧 공사가 들어간다고 하니 분명 환영할 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공원 조성계획은 135억 사업비에 지하 3층 규모로 355면 주차시설을 확보하고 지상에 물과 빛을 테마로 한 공원이 조성되며, 2007년 3월에 대전시로부터 매입한 대흥동 215-1번지엔 폭이 약 40m 정도 규모의 인공폭포가 설치된다고 한다. 민간 사업자로는 작년 12월 18일에 (주)갑산과 협약을 체결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계획은 중구청이 원도심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시점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공원 조성계획에 나타나 있는 20억 예산 규모로 만들어질 인공폭포이다. 인공폭포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래 가지 못하는 시설이다.
볼거리 제공차원에서 설치한다고는 하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는 3-5년 안에 흉물이 되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1년 중 겨울을 제외하고 얼마나 운영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바이며, 경관도 없는 도심 한복판에 누가 인공폭포를 보러 오겠는가? 원도심의 핵심 공간 중의 하나인 옛 중구청 터에 대규모 인공폭포는 발상의 문제도 있지만 전혀 어울리는 시설이 아니다.
매번 원도심 활성화 대책에 등장하지만 아직까지도 문화예술의 거리에 걸맞지 않게 소극장 하나 없는 현실에 소극장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와야 할 최적의 장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형 인공폭포가 설치된다는 것은 너무나 근시안적인 사고의 극치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서울의 경우 홍대근처에 복합공연장, 스튜디오, 암실, 영상편집실, 아트마켓, 갤러리, 독립영화상영관, 카페 등을 갖추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상상마당`이란 복합문화공간을 기업의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바로 옛 중구청 터에 이러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 훨씬 장기적으로 문화예술의거리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인공폭포에 20억원의 사업비을 투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일시적으로 물과 빛의 조화를 통해 볼거리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장기적인 시설이 아님은 자명하다.
갤러리나 화방 몇 곳을 빼고는 소극장이나 변변한 문화공간이 없는 대흥동 문화예술의거리에 인공폭포의 설치를 반대하고 그 예산이라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진정한 문화예술의거리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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