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이혼가정, 그들만의 책임인가?

[나는야 논술 짱]이혼가정, 그들만의 책임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중학논술

  • 승인 2008-02-13 00:00
  • 신문게재 2008-02-14 13면
[문제]
(나)에 등장하는 최서희 입장에서 글 (가)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논하시오.

<유의사항>
① 작품 ‘토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근거로 제시할 것
② 현대 사회의 가치관에 적합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할 것
③ 적절한 글의 제목을 붙일 것
④ 1400자(±140) 분량으로 쓸 것

(가)
▲ 〔통계청〕하루 458쌍이 이혼하는 사회
▲ 〔통계청〕하루 458쌍이 이혼하는 사회
선진국은 갈수록 이혼이 줄어드는 반면, 우리 나라는 가치관의 변화와 경제 문제로 갈라서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이혼율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로 올라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사회에서는 하루 평균 458쌍이 이혼했다. 더욱이 지난해는 1년 전보다 조이혼율이 0.5%나 급상승했다. 이혼이 폭증한 외환위기 즈음에도 0.5% 포인트가 늘려면 3년이 걸렸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가 아닐 수 없다.
하루 평균 458쌍 꼴로, 결혼하는 쌍의 절반 이상이 이혼하는 셈이다.

(나)
십이월로 접어들었다. 길상은 길 떠날 채비를 차리고 서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집에 살면서 서희 얼굴을 못 본 지가 보름이 넘는다. 서로간의 할 말은 일하는 아이가 왔다 갔다 하면서 전달해 주곤 했었다. 그런데 어젯밤 일하는 아이가 와서 하는 말은 뜻밖이었다.

“아가씨 몸이 아파 회령병원에 가신답매, 그렁이 내일 아침 아기씨랑 함께 가야 한다 하시믄서리 채비 차리라 하십네다.”

“어디가 아프신데?”
“잘은 모르겠소꼬망, 진찰을 받아보지 않고 어찌 알겠슴둥?”
서희는 건강한 편이었다. 웬만한 병이면 한약 몇 첩 달여 먹고나면 그만일 텐데, 길상은 걱정을 하면서 한편으론 서희를 보는 것이 불안하고 무섭다. 서희가 자신과 혼인하기를 원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였다. 평소 서희의 마음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깜짝 놀라기는 김 훈장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해괴망측한! 신발이란 발에 맞아야 하고 부부란 신분이 맞아야 하는 법인데, 서희 그 아이가 길상이를 붙잡아둘 때 생기는 이익에 눈이 멀어서……. 길상이 장가간들 설마 서희 일을 나몰라라 할까.”
사람이 나쁘거나 일부러 그런 말을 했다면 미워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 사람을 안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김 훈장은 오히려 착한 편이다. 정직한 사람이기도 하다. 욕심도 없는 사람이다. 고지식하다.

김 훈장 입에서 나온 말들은 김 훈장으로서는 당연하다. 팔이 어깻죽지에 붙어 있듯이, 다리가 엉덩이 쪽에 붙어 있듯이 이상할 것이 없는 말이다. 다만 김 훈장은 길상을 사람이 아니라 한 그루 나무로 본 것이다. 길가에 구르는 돌로 본 것이다. 그럴 때 길상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무였고 돌이었다.

김 훈장은 서희와 길상이 혼인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도 괴로워하거나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 몇백 년의 신분 제도가 만들어낸 벽, 그 벽을 결코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왜 여태 몰랐을까. 아니 아니 몰랐을 리가 있나. 그 날, 길상은 월선을 찾아가 말했다. 아주머니는 무당의 딸이고, 나는 낳아서 산속에 버려진 백정 아들인지 광대 아들인지도 모르는 놈이라고.

지금은 서희가 두렵다. 길상의 두려움은 사람이 사람 아니게 되는 두려움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에 대한 공포였다. - 박경리, 『토지』에서 -

[논제분석 및 출제의도 파악]
지시문에서 요구하는 ‘최서희 입장에서 이혼율이 급증하는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논하기` 위해서, (가)의 제시문에서 이혼 급증과 속도의 빨라짐으로 발생되는 사회 문제를 발견할 줄 아는 발산적 사고가 요구된다. 그리고 (나)의 제시문에서는 김길상을 향하고 있는 서술자의 초점에서 최서희의 가치관을 유추해 내는 비약적인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논점 일탈을 피하기 위해 유의 사항을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데, 특히 ①항은 ‘토지`를 정독한 학생만이 논지를 바르게 펼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또한 합리적인 설득력을 갖기 위해 ②항을 준수해야 한다.

최서희의 가치관을 통해 이혼이 급증되고 속도가 빨라지는 문제를 진단하고, 이혼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과 이혼 후 발생되는 제반 문제들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학생 글]
이해와 신뢰, 가정을 지키는 첫걸음
김혜리 대전 지족중 2학년

▲ 김혜리 대전 지족중 2학년
▲ 김혜리 대전 지족중 2학년
‘신혼 이혼`, ‘조기 이혼`, ‘정년 이혼`, ‘황혼 이혼`, ‘대입 이혼` 등은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없었거나 귀에 낯선 단어들이었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이혼`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의 등장은 지금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이혼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의 이혼율은 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혼이 늘어나고 있으며, 혼인 기간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해서는 안 된다`는 과거의 인식과는 달리,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이혼에 대한 현대인의 의식변화와 관련이 있다. 오랜 기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부부의 가치관이나 성격 차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부족, 경제적인 무능과 무책임, 배우자의 부정행위 또한 이혼 사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 급증과 양성 평등의 확산으로 부부간의 의식 격차도 한 몫을 한다.

그런데 이혼은 단순히 부부의 헤어짐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선 이혼 당사자들에게는 경제적·심리적·정서적 문제가 발생하고, 편부모 밑에서 자라게 되는 아이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된다. 그리고 가정의 해체로 인해,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가족`의 개념이 희박해져 사회를 유지하는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서희는 몰락한 가문을 부흥시키기 위해 가장 적합한 사람인 김길상과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 혼인을 한다. 이들의 결혼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신분차이와 독립운동을 하려는 길상과 가문의 부활을 위해서라면 친일도 마다하지 않는 서희의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별거라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서희는 가정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경제활동과 자녀 양육을 책임지고, 더 나아가 나라를 사랑하는 남편의 숭고한 정신을 이해하고 후원했다. 가정을 지켜내기까지는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인내하고 노력했기에 서희는 가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요즘 부부들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인내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조금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더욱 쉽게 갈라서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한다고는 쉽게 말하지만 거기에 따른 희생과 양보는 부족한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최서희`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이해,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 빛을 발한다. 또한 사회와 정부의 역할도 강화, 변화되어야 한다. 결혼의 의미, 가족의 역할, 자녀에 대한 책임과 의무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하여 신중하고 책임 있는 결혼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쉽게 이혼을 할 수 있는 법체계를 보완하여 이혼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정을 지키는 것은 부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기 전에, 결혼에는 선택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것임을 명심하고 서로가 이해하고 협력해서 아름다운 가정을 지켜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사평]
손민옥 대전 지족중 교사

▲ 손민옥 대전 지족중 교사
▲ 손민옥 대전 지족중 교사
요즘 ‘논술`이라는 말 앞에 흔히 ‘통합`이나 ‘통합교과`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한다. 이는 특정 교과의 단순 지식보다 여러 교과과정과 내용을 토대로 다면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논술 문제가 출제됨을 의미한다. 즉 사회가 암기력이 뛰어나거나 단순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당면한 과제나 문제를 비판적이고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동적인 인재를 요구하고 있기에 교육계에 나타나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번 논제에서 다루고 있는 이혼 문제도 중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이라면 도덕, 사회, 기술·가정 등과 같은 교과나 문학 작품을 통해 접해본 내용이다. 평소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논제이기도 하다.

본 논제는 현실주의자이며 강한 의지와 모성애를 지닌 최서희의 입장에서 속도가 빨라지고 급증하는 이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 원인·해결형` 논술이다. 따라서 논자는 적어도 이혼이 급증하는 이유, 이혼으로 발생하는 문제점, 그에 대한 해결책을 서술해야 한다.

김혜리 학생은 제시문 (가)와 (나)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혼 사유나 문제점, 소설 ‘토지` 속에 등장하는 ‘서희`라는 인물에 대해 잘 분석하고 서술하였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논제와 관련하여 볼 때, 내용 전개상 넷째 단락을 둘째 단락으로 제시하여 글을 가다듬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한 결혼 전과 이혼 전의 대책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이혼에 대한 방안도 언급했어야 했다. 우리 나라 이혼의 심각성은 제시문 (가)에 이미 드러나 있으며, 김혜리 학생도 자신의 글 앞부분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대책에 대해서는 전혀 서술하고 있지 않다.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배경지식 못지않게 시사적인 문제와 사회 현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다각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학교 수업시간이나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특정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는 토론이 때로는 논술에 필요한 분석력과 사고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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