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맹현]기초질서 확립으로 품격있는 나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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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맹현]기초질서 확립으로 품격있는 나라를

[수요광장]윤맹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대전홀리클럽회장

  • 승인 2008-02-12 00:00
  • 신문게재 2008-02-13 21면
  • 윤맹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윤맹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 윤맹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대전홀리클럽회장
▲ 윤맹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대전홀리클럽회장
소설 「개미」의 작가로 잘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근 소설 「파피용」은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파괴되어가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지구를 찾아 떠나는 천년 동안의 우주여행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부분은 온갖 과오로 누더기가 되어버린 지구에서의 역사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실험적인 사회 모델을 적용해 나간다는 설정이다.

무정부 상태에서 평화를 이룰 수 있으리란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각종 범죄와 살인이 생겨나고 더 이상 개인의 양심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자 다시 정부가 만들어지고 법과 제도가 등장하지만 여전히 범법은 횡행한다. 이 대목쯤 왔을 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 물음에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를 지탱시키는 것은 견고한 법이나 강제성을 띤 사회규범에 앞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으려는 인간 의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의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기초질서 지키기가 아닐까 싶다.

한국전쟁과 정치적인 격동기를 겪으면서 돌이켜보니 우리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도시엔 휘황찬란한 고층빌딩이 들어섰고 어디가나 부족한 것 없는 질펀한 사회의 모습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나 할 것 없는 차량들의 신호위반, 아무 데나 담배꽁초 버리기, 도로 위에 가래침 뱉는 모습은 특히 외국인과 함께 동행하는 날에는 민망하기 짝이 없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지만 품격 있는 사회와는 아직도 우리는 요원한 것이다.

서구사회나 가까운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는 기초질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을 영위하는 것이냐 아니면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것이냐의 기본적인 태도에도 차이가 있겠고 법질서의 엄격성 여부에도 차이가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받아온 교육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고 미국 사람들은 남을 어떻게 배려할 줄 아는가를 교육을 받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면 남보다 빨리 출세하고 손해 보지 않을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가르친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교육받고 모여 살다보니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법이란 지키는 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더라는 학습효과가 생겨버렸다. 내 이웃은 내가 베풀 대상이고 배려해야할 대상인데 우리는 단지 경쟁상대로만 여기지 않았는가. 남이야 어찌되던 내가 오늘 무사하면 되고 나 혼자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마음 밑바닥까지 깊숙이 지배하고 있다.

현대는 그야말로 글로벌 사회다. 미국, 홍콩, 도쿄의 주식과 환율시세가 서로 연동되어 움직이고 힐러리와 오바마의 근소한 표차이가 불과 몇 시간 이후에 우리의 화제로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도 어느새 2만 불이 넘어 선진국 대열의 길목에 들어서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촌티를 벗어야할 것이 아닌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더니 역시 기초질서도 잘 지키고 품위 있는 민족이라는 말을 좀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내가 기초질서를 지키는 것이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기본 재료가 되고 이것이 선 순환되어 내가 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학습효과를 경험하자. 그래서 원칙이 통하는 사회,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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