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 민속 5일장 상인연합회 회원 40여명은 11일 태안군 의항 해안에서 기름 제거 봉사를 펼쳤다. |
설 연휴기간 동안 멈췄던 방제작업이 재개된 11일 태안군 의항 해안. 양평 민속 5일 장 상인연합회 회원 40여명이 회색 방제복을 입고 열심히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었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역 주변에서 3·8일 장으로 열리는 양평장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번 수천 명이 찾아오는 민속 장으로 훈훈한 시골인심이 남아있어 흥정만 잘하면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양평장 상인 회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굵은 땀방울을 흘릴 만큼 기름제거 작업에 열중하면서도 너무 늦게 복구작업에 동참하게 됐다며 미안해 했다.
회원인 백찬희(50)씨는 “평소에도 오고 싶었지만 일하다 보니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아 찾지 못했다”며 “설 끝나고 시간이 생겨 찾아올 수 있어 다행이지만 너무 늦게 온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을 통해 접했을 때는 기름이 많이 제거된 것 같았는데 현장에 와 땅을 파보니 기름냄새가 진동한다. 그동안 수많은 국민이 닦아냈는데도 이러니 완전복구는 어려운 것 아닌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학(47)씨도 “바다를 찾았지만 갈매기 한 마리조차 보지 못했다”며 “새들도 찾지 않을 만큼 오염이 심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사람 키보다 큰 바위 틈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바위를 닦던 회원들은 보다 효과적인 기름제거 작업을 의논하면서도 손은 쉬지 않았다.
차용길(53)씨는 “처음에는 준비해 온 면수건이나 헝겊으로 닦아냈는데 실제로 기름이 제거되는지 의심스러워 다른 방법을 찾게 됐다. 손에 쥘 수 있는 돌멩이를 이용해 기름 묻은 바위를 문지르니 쉽게 기름이 제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토치를 이용해 바위에 묻은 기름을 태우자는 등 회원들은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환경복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최영자(54·여)씨는 “장을 돌며 채소를 팔고 있지만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바다가 기름으로 오염되면서 어장이 사라졌으니 고기 잡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들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어부나 상인이 모두 예전처럼 고기 잡고 팔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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