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인희 행정도시건설청장 |
필자는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세종이 추구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됐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 즉 ‘위민성(爲民性)`과 ‘풍요로운 나라`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종은 ‘훈민정음`의 창제이유에 대해 “이르고자 할 바가 있어도 이르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가장 과학적인 문자, 한글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글은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와 창작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우리의 문화적 삶을 향상시켰고, 문화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세종은 또 경인자·갑인자와 같은 활자를 만들고, 월인천강지곡, 농사직설, 고려사, 삼강행실도, 팔도지리지, 의방유취 등 귀중한 책을 간행하였다. 특히 박연에게 각종 악기를 만들게 하고, 아악보를 편찬하여 아악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또한 세종은 국가 경제의 발전과 백성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실용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대표적인 예가 관노 출신인 장영실을 발탁해 혼천의, 측우기를 발명한 것이다.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12지신을 그려 시간을 알게 한 앙부일구(해시계)의 발명도 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우리 민주주의 발전은 ‘참여`의 가치를 강조했지만, 위민성이 극대화됐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도시는 참여형 행정 실천과 위민의 가치를 최고로 뒀고, 명칭을 ‘세종`으로 정해 세종의 위민정신을 21세기에 재현하고자 했다.
행복도시는 시민을 최우선하는 인간 중심의 도시다. 자동차 위주의 기존 도시와 달리 첨단 BRT(급행간선버스)가 달리는 대중교통 중심도시이며, 도시의 절반이 공원과 녹지로 꾸며진 ‘공원 속의 도시`가 될 것이다. 여기에 범죄예방설계, 무장애도시설계, 복합커뮤니티센터 등을 도입해 여성과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 우리 고유의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역량과 첨단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문화의 거리, 공연장 및 전시공간을 조성하고, 영화·음악·미술·공예 등 신진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세종의 집현전이 문화국가 ‘조선`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세종시는 도시건축박물관, 디자인미술관 등 전략문화시설을 통해 문화도시로 발전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경관 7대 기준, 좋은 건축물 지정제 등이 추진되면 베를린이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같이, 도시 자체가 하나의 문화상품이 될 것이다.
여기에 첨단정보도시, CO2-Zero의 친환경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IT기술을 도입하여 u-교육, u-의료 등 다양한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교통·에너지·환경·방재 등 도시관리의 효율을 도모한다. 건축물에는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첨단소재와 공법이 활용되고, 대청댐의 심층수를 이용한 냉방시스템, 수소전지·천연가스 등을 활용한 친환경차량 등을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것이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행복도시는 노변 까페에서 과학자와 문화·예술인이 어울려 서로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토론장이 될 것이며, 토목·건축·u-City 등의 첨단기술 전시장이자,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버금가는 환경수도로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다.
세종시가 완공되는 2030년은 조선의 기술과 문화역량을 보여준 ‘농사직설`과 ‘아악보`가 편찬된 지 600년이 되는 해이다. 농사직설에 담긴 세종의 위민정신이 풍요로운 왕조국가의 초석을 만들었듯이, 2030년의 세종도시는 시민중심의 도시문화를 창조하고, 21세기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한국의 성장을 주도할 세계적인 파워브랜드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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