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기 한남대학교 법대학장 |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비율은 48:52의 수준이나, 로스쿨의 총정원은 오히려 57:43의 비율로 분배되었다. 지방을 차별한 것이다. 또한 로스쿨 인가대학은 영남권과 호남권에 각각 4곳이지만, 대전·충청권은 겨우 2곳에 불과하다. 입학정원에서도 영남권 390명, 호남권 300명이 배정되었으나, 대전·충청권에는 겨우 170명이다. 2005년 기준, 제주를 포함한 호남권의 인구는 550만명, 대전·충청권은 480만명에 이른다. 특히 178만명의 전북에만 140명이 배정된 것과 비교하면, 지방 가운데 우리 지역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지경이다.
한편, 대전ㆍ충청권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함께 인가를 받았으나, 유독, 대전·충청권에서만 사립대학이 배제되어 있다. 대전ㆍ충청권에도 유구한 전통을 가진 사학이 존재하며, 지금까지 이들은 국립대학과 다를 바 없이 법학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여 왔다. 우리 대학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거의 전무한 사학이지만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은 국립대학과 다를 바 없이 로스쿨 교육에 필요한 인적ㆍ물적 자원을 확보한 바 있다. 사학이라는 이유로 로스쿨에서 배제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혹자는 그동안의 실적이나 사회적 평판을 문제삼을 것이다. 특히 이번 인가결정에서도 과거의 사법시험합격자 수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학의 기존 서열구조를 그대로 고착화시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로스쿨제도의 도입취지를 정면으로 왜곡, 부정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는 교육부가 처음 제시한 인가기준에는 존재하지도 아니하였던 것이며, 백번을 양보하여 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대전ㆍ충청권에서만큼은 사법시험합격자 수가 우리 대학이 탈락한 논거가 될 수는 없다.
지금 탈락한 대학은 물론 인가를 받은 일부 대학까지 분노와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및 각 권역별 정원 배분에 관한 심의과정, 각 대학별 평가점수 등을 공개하지 아니한 채, 인가대학만을 선정ㆍ발표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래 인가기준에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는 ‘1도 1원칙`(이는 5대 권역별로 평가하기로 한 당초의 ‘권역별 인가원칙`을 훼손하는 정치논리에 불과하다)을 주장한 청와대의 압력, 특정 대학을 위한 유력인사의 개입설 등이 제기되면서 탈락대학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대전ㆍ충청권의 차별과 유독 우리 지역에서만 사립대학을 배제한 교육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각종 의혹의 해소를 위하여 향후 가능한 모든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다.
생각컨대, 이번 사태의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로스쿨 총정원을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 로스쿨제도의 원형이라는 미국에서는 196개의 로스쿨에서 연간 5만명이 넘는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에도 ‘경쟁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법률서비스는 경쟁이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학이 자기 돈 들여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는데 국가가 왜 이를 규제하는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폭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교육부는 추후 총정원의 확대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추가선정에 있어서 평가점수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정략적ㆍ정치적 술수로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원래의 ‘권역별 인가원칙`을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신뢰보호`라는 상식적 차원의 법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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