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
가족(家族)은 “한 문화권에서 생물학적인 관계나 결혼, 입양, 기타 관습 등으로 친척의 지위를 얻은 친족 집단의 일부”로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중심축이다. 따라서 영화와 달리 일상의 호흡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뤄야 하는 드라마에서 대가족은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극적 장치가 된다. 실제 현실과 달리 일일연속극과 주말연속극에서 대가족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지점이다.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을 중심으로 한 가족드라마의 극적 상황과 달리 실제 현실은 ‘가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가족` 구성원 간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가족드라마는 대부분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대중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국 사회의 가족 형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농촌을 중심으로 이른바 ‘국제결혼`을 통해 ‘다문화 가정`이 형성되면서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편협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 사회의 강한 ‘순혈주의(純血主義)`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가 대중의 현실 인식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지난 2월 3일 끝난 드라마 `황금신부`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1,500만원에 한국으로 팔려온 베트남 신부와 공황장애를 갖고 있는 남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역설한 드라마 `황금신부`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한국의 순혈주의를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뿔났다`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가족의 소중함을 대리만족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황금신부`처럼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주는 21세기형 가족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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