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숙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 |
“농노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그리 지극하다면 먼저 행동해 보이시오. 만약 당신이 벌거벗은 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바퀴 돌아온다면 세금을 감해주겠소”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내심은 고귀한 영주아내의 신분으로 그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디바는 과감히 이를 받아 들였다.
영주부인이 자신들을 위해 벗은 채로 말을 타고 영지를 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감격한 주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당일에는 아무도 집 밖을 나서지 않음은 물론 집집마다 문을 닫고 커튼을 내려버렸다. 고디바 부인은 명예의 손상 없이 영주가 제시하는 조건을 이행할 수 있었고, 하는 수 없이 영주는 세금을 감해주게 되었는데 그때 고디바 부인의 나이는 불과 16세였다 한다.
이후에 상식이나 관행을 뛰어넘는 과감한 행위를 고디바즘(godivaism)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고디바 부인을 기리는 축제가 이어온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이란 부과하는 쪽에서는 항상 부족하다 여기고 납부하는 쪽에서는 과중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에서는 중소기업이 가업을 승계하려 할 때 부과되는 상속세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인식하여 이를 개편토록 하였다.
독일 일본 등에서는 고용창출 및 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여 왔다. 그 영향으로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의 경영 노하우를 계승한 중소기업이 약 1만 5천여 개나 되며, 가업승계기업이 전체의 67%를 차지하는 독일은 세계선도 500개 기업 중 400여 개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가업승계를 고유기술의 전수나 고용유지 등 긍정적인 역할보다는 부의 대물림 또는 불로소득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부각되었기 때문에 단순한 재산 상속의 개념에서 세금이 부과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1세대 경영인이 기업을 키워서 승계해야 할 시점에는 설비투자 등에 소극적이게 되고 따라서 일자리창출 그리고 기업경쟁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에 관계부처와 학계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가업승계 제도기반 TF` 를 구성하여 개편방안을 마련하면서 한편으로 이에 따른 여론을 조성하여 마침내 상속재산 70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최대 절반까지 세금을 감면 하는 세제 개편 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가업승계 지원제도가 부의 대물림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업승계 요건으로 피상속인의 사업 영위기간을 5년에서 15년으로 확대하였다. 가업승계 지원과 같은 중소기업에 대한 영속성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이어져서 일자리창출은 물론 중소기업 고유의 기술·경영 노하우의 사장(死藏)없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 · 충남 중소기업청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각종 기업 환경 개선과제를 발굴하여 32건의 기업규제사항을 바꾸도록 한 실적이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청은 기업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개선토록 하는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에서도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중소기업청은 고디바부인 같은 개혁적인 실행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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