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12시간 밤의 역사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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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12시간 밤의 역사에 눈뜨다

  • 승인 2008-02-05 00:00
  • 신문게재 2008-02-06 11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야행성 동물.나이트클럽.야근 등 탐색
인류.자연에서의 ‘밤 역할’ 시간대 정리
새로운 밤 문화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밤, 우리가 물이나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듯이 낮과 밤의 소중함도 모르고 살아간다. 이 책에서만큼은 밤은 특별한 존재이다. 밤이란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는 인간이 낮의 생물인지라 빛의 지배를 벗어난 밤은 역사적으로 인간의 적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더 큰 우주에서는 우주를 지배하는 것이 밤이며 그곳에서는 낮이 예외적인 현상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낮에 보는 태양도 끝없이 밤이 계속되는 우주에 떠 있고 우주의 밤은 풍요의 공간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그곳에서 잉태되었고, 빛마저도 밤에서 태어난 존재이다.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듀드니는 캐나다에서 가장 재능 있고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작가이며, <완전한 인식>을 비롯한 3권의 소설과 11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보통 밤이라 하면 사전적 용어로 풀이해보면 ‘낮과 낮 사이에 낀 어둠의 시간. 자연계의 하루 가운데 일부를 차지하고 태양에서 빛을 전혀 받지 못하는 시간`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밤을 단순히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류의 역사에서 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부터 자연생태계에서 밤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밤에 일어나는 일들을 시간대별로 정리해서 책을 엮었다. 12시간동안 일어나는 밤의 역사를 시간대별로 본다는 새로운 흥미가 생긴다.

먼저, 밤이 시작되는 오후 7시가 되면 밤의 기운이 시작되면서 대도시의 숲에서는 너구리,박쥐, 부엉이, 고양이들이 잠에서 깨어 굴과 둥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바다의 밤풍경도 서서히 다른 색채로 변한다. 물이 육지보다 빨리 검어지므로 바다가 더 빨리 으슥해지는 편이다. 주행성 물고기들은 밤새 몸을 숨길만한 곳을 찾아 해안의 물속과 산호초의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야행성 물고기들 가령, 눈이 커다란 얼개돔, 곰치등이 산호초의 구멍과 틈에서 나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오징어와 문어를 비롯해 두족류에 해당하는 앵무조개등도 수면 가까이에 나와 먹이를 먹는다. 독침을 쏘는 작은 해파리도 야행성이다. 밤에 수영을 하면 안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밤에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면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산업화된 나라들에서 성인의 50%가 단기 불면증을 경험했고, 10%는 급성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표본조사가 있다. 5% 정도는 만성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이런 경우가 많고 불면증은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가릿 대처, 윈스턴 처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화가인 빈센트 반고호에서부터 마돈나에 이르기까지 거기에다가 밤에 환한 빛을 우리에게 만들어준 에디슨까지 불면증 환자였다고 하니 재미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불면증을 자신들의 침대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처칠은 두 개의 침대를 가지고 하나에서 잠이 들지 않으면 다른 침대로 건너갔다고 하며, 프랭클린은 침대가 너무 더우면 잘 수 없다는 생각에 침대가 서늘해질 때까지 창문을 열어놓곤 했다고 적고 있다.불면증에 맞서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수면제한치료법이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은 누운지 20분이 지나도록 잠들지 못하면 일어나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정말로 피곤해지면 잠자리에 들라고 권하고 있다.

책의 열두 장(章)은 ‘전형적`인 밤의 열두 시간에 상응하며, 밤에 관한 주제(일몰, 야행성 동물, 불꽃놀이, 나이트클럽, 천문학, 잠과 꿈, 야근, 매춘, 밤을 주제로 한 예술 등)를 탐색하기 위한 출발점 역할을 한다. 듀드니는 무한한 호기심과 서정적이고 친근한 어조와 밤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눈으로 밤의 매혹적인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는 이 책에 ‘밤의 찬가`를 담아낸다. 밤마다 저자는 듀드니의 손에 이끌려 별들 사이를 떠돌고 대륙과 깊은 바다를 헤매고 다른 민족들의 축제를 넘나든다. 그는 밤을 잃어버린 사람들, 즉 신 새벽의 회색빛과 한낮의 황금빛과 저녁의 푸른빛의 경계 안에서만 사는 사람들에게 밤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는 이제 누구의 손을 잡고 밤으로의 여행을 나설까?

신은 우리에게 24시간을 주었고, 모든 시간은 평등한 가치를 지녔다. 따라서 자신이 누리는 시간을 어떤 색으로 채우는가는 자신의 시선에 달린 셈이다.

밤이 우리에게 낮을 준비하기 위한 휴식시간에 불과한 시간을 만드느냐, 더욱 새로운 내일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만드느냐 이 책을 보시고 새로운 밤 문화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 책을 소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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